[동포투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첨단 제조업의 부상 등 복합적 충격으로 독일 산업의 우위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독일 매체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독일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3월 20일자 보도에서 중국이 자동차·화학 등 첨단 분야에서 급성장하며 독일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경쟁 회피 성향과 산업 지원 미비를 비판하며 정책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산업 생산량이 5년 연속 감세를 기록하며 550만 개 일자리와 GDP의 20%가 위협받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화학·철강업계에 타격을 입힌 반면, 중국은 저가 제조업에서 첨단 기술 산업으로 도약하며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중국이 저가 전자제품·섬유에 집중할 때 독일은 영향에서 자유로웠으나, 최근 자동차·청정에너지·기계공학 등 독일 핵심 분야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 홀거 고그 박사는 "중국이 다수 첨단 분야에서 독일을 따라잡으면서 독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독일상공회의소(AHK) 조사에서도 독일 기업의 54%가 향후 5년 내 중국 경쟁사가 산업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추격은 특히 뚜렷하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지연과 혁신 부재가 비판받으며 상하이자동차·BYD 등 중국 기업의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4년 매출 900만 대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순이익은 30.6% 급락했다. 2030년까지 3만5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이 회사는 독일 공장 가동률 조정도 예고했다.
화학·기계 분야도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화학기업의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생산 확대로 독일 바스프 등 현지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3~2023년 독일 기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15.2%로 소폭 하락한 반면 중국은 14.3%에서 22.1%로 50% 이상 성장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산업 보조금을 '불공정 경쟁'으로 지목하며 전기차·풍력터빈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 허야둥 대변인은 "중국 보조금 정책은 WTO 규범을 준수하며, 오히려 미·EU의 보호주의적 조치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새로운 경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무역·산업·재정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고그 박사는 "의약·바이오기술·지식 혁신 등 여전히 강점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토 바이샤임 경영대학원 세르덴 외즈칸 교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사고방식 전환을 통해 경쟁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 규정을 완화해 국방·인프라 투자에 수천억 유로를 투입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자금 대부분이 군사력 강화에 사용될 경우 성장 산업 지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게르크 박사는 "신무기 체계 투자가 비군사 기술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여전히 연구개발(R&D)·특허 등 지식 혁신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44세의 젊은 CEO 크리스티안 클라인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SAP 시가총액을 70% 가까이 끌어올린 사례처럼, 차세대 경영진들의 빠른 적응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클라인 CEO는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동종 업체가 아닌 중국 비디오 게임 업체 텐센트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하며 산업 간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EST 뉴스
-
중국인만 노린 폭행…혐오 범죄에 면죄부 있어선 안 된다
[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혐오와 차별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이들을 뒤쫓아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친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명백한 혐오 범죄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중국인 관광...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뉴욕 맨해튼에는 '간세부르트 페닌슐라' 해변 (사진/중국신문망 랴오판 제공) [동포투데이] 미국의 강화된 입국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7월 미국을 찾은 해외 관...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동포투데이] 광복 8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 각지에서 한국광복군 관련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이번 행사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관으로 마련해, 난징·충칭·청두·시안 등지에서 사적지 탐방, 임시정부청사 교류 세미나, 전시와 ... -
美 보수 인사 찰리 커크 피격 사망…22세 대학생 용의자, 경찰관 아버지에 의해 제압
▲경찰이 발표한 커크 피살 사건 용의자 사진 [동포투데이] 미국 유명 보수 성향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가 22세 대학생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그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이 아들을 직접 제압해 당국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
실시간뉴스
-
폴란드 총리 “러시아 드론 공격, 결코 ‘실수’ 아냐” 트럼프 발언 반박
-
성룡, 2027년 베오그라드 세계박람회 브랜드 대사 위촉
-
英 국방장관 “대만 문제 군사 개입 없다…평화적 해결 원해”
-
퇴임 앞둔 프랑스군 총참모장, “분열된 유럽은 강대국 먹잇감 될 수도”
-
“네덜란드, 성 거래 합법화 25년… ‘홍등가 천국’의 빛과 그림자”
-
“계엄령 대통령” 윤석열, 재구속…BBC “한국 정치 위기의 상징”
-
“차라리 중국에 편입되는 게 낫겠다”…독일 리튬기업 CEO, EU ‘탈중국’ 전략 정면 비판
-
EU “디지털 규제, 협상 대상 아냐”…美 관세 압박에도 원칙 고수
-
“MI6에 러시아 첩자 있다”…CIA 경고로 시작된 20년 추적, 끝내 빈손
-
나토 정상회의, “트럼프 맞춤형” 선언문… 흔들리는 연대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