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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에 나비 필레이…전쟁범죄에 맞선 60년 법조 인생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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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2014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미국 제네바 대표부·Wikimedia Commons.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년 노벨평화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인권법 전문가 나비 필레이(85)에게 돌아갔다. 전쟁을 끝낸 정치인이나 평화협정을 이끈 외교관이 아닌, 평생 인권과 국제법을 위해 활동해 온 법조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 필레이를 올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평화와 국제법 발전에 기여하고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에 책임을 묻는 국제사법 체계를 강화한 공로를 인정했다.


1941년 남아공 더반의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난 필레이는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1967년 법률사무소를 열고 정치적 탄압을 받던 흑인 인권운동가들을 변호했으며,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에도 힘썼다.


이후 남아공 고등법원과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지냈다. 르완다 집단학살 재판에서는 성폭력과 선전·선동도 집단학살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국제법적 판단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활동한 그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를 이끌었다. 위원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필레이는 하마스의 2023년 10월 이스라엘 공격도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현재는 미얀마의 집단학살 혐의를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사건에서 임시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문제에서 출발한 그의 법조 활동이 국제분쟁과 집단학살 문제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수상은 국제형사사법 체계가 거센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ICC 관계자들에게 제재를 가했고, 일부 국가는 국제재판소의 판단에 반발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국제법보다 힘의 논리가 앞서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필레이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법률회의 도중 수상 소식을 들었다. 뉘른베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을 심판한 곳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며, 상금은 1천200만 스웨덴 크로나다.


필레이는 인종차별에 맞서 법정에 섰던 젊은 변호사에서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국제법 전문가로 살아왔다. 60년 가까이 이어온 그의 법조 인생은 이제 노벨평화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 그의 수상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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