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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 이후 73년, 중국 농촌에서 다시 등장한 ‘황제’

  • 화영 기자
  • 입력 2026.10.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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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중국 쓰촨성 광안에서 농민 쩡잉룽이 ‘대유국’을 세우고 황제를 자칭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이미지. 실제 당시 사진이 아닌 기사 이해를 위한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가 퇴위한 것은 1912년이다. 중국에서 2000년 넘게 이어진 황제제도도 이때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73년이 지난 1985년, 쓰촨성 광안현에서 한 농민이 다시 ‘황제’를 자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쩡잉룽(曾应龙). 그가 세웠다는 나라의 이름은 ‘대유국(大有国)’, 연호는 ‘태평원년’이었다.


물론 정식 국가도 왕조도 아니었다. 일부 주민을 끌어들여 만든 비밀결사 성격의 조직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몇 사람이 황제놀이를 벌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였고 관직이 만들어졌으며 결국 실제 폭력사건으로 번졌다.


사건의 배경에는 당시 강력하게 시행되던 산아제한 정책과 농촌에 남아 있던 남아선호·대잇기 관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관련 기록에 따르면 쩡잉룽은 아들을 낳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허난성 신샹에 머물렀다. 이 무렵 고향에서는 마싱(马兴)과 뉴다취안(牛大全) 등이 쩡잉룽을 이른바 ‘진짜 용’, 즉 황제가 될 인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는 미신도 동원됐다. ‘가짜 용은 가라앉고 진짜 용은 일어난다’는 식의 노래가 퍼졌고, 도롱뇽 배 속에서 ‘대유’라는 글자가 적힌 천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만들어졌다. 쩡잉룽의 이름에 ‘용(龙)’이 들어간다는 점까지 ‘천명’의 근거로 이용됐다.


결국 쩡잉룽은 광안으로 돌아와 황제를 자칭했다. 뉴다취안은 ‘재상’, 마싱은 ‘태위’라는 직함을 받았다.


이들이 내세운 구호는 당시 농민들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토지와 돈을 나누고 아이도 마음대로 낳을 수 있다는 식이었다. 특히 산아제한 정책에 반감을 가진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 작위를 주겠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쩡잉룽을 따르던 사람들은 농기구와 몽둥이 등을 들고 광안현의 병원을 점거했다. 병원에 있던 피임 관련 물품을 모아 없애고 병원을 임시 ‘황궁’처럼 사용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여성 의료인들을 이른바 ‘후궁’으로 삼으려 했다는 증언도 여러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결국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대유국’은 무너졌다. 진압 과정에서 뉴다취안이 숨졌고, 마싱과 쩡잉룽은 체포됐다. 마싱은 이후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쩡잉룽은 무기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종종 ‘중국의 마지막 황제는 푸이가 아니었다’는 제목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푸이는 청 왕조의 마지막 황제이자 중국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마지막 황제다. 쩡잉룽에게 국가의 통치권이나 황제로서의 법적·역사적 정통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쩡잉룽 이후에도 스스로 왕조를 만들거나 황제·군주를 자칭한 비밀결사 사건이 발생했다. 산둥에서는 1986년부터 이른바 ‘대성왕조’가 등장했고, 허난에서도 1990년대 초 ‘만순천국’을 내세운 사례가 기록돼 있다.


따라서 쩡잉룽 사건의 의미는 ‘푸이를 대신한 마지막 황제’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제국이 사라진 지 70년 넘게 지난 중국 농촌에서 황제와 재상, 태위, 연호 같은 전근대적 권력의 언어가 다시 등장했고 실제 주민들이 여기에 가담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당시의 강한 산아제한 정책에 대한 반발과 남아선호, 미신, 폐쇄적인 농촌사회가 뒤섞이면서 벌어진 시대의 한 단면이었다.


푸이 이후 중국에 진짜 황제가 다시 나타난 적은 없다. 그러나 1985년 쓰촨의 작은 농촌에서는 누군가 다시 용포를 입었고, 그를 향해 ‘황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실제로 나타났다. 황제제도는 사라졌지만 그 그림자까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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