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고 인적이 끊기기 시작하면 중국 농촌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무덤 위에서 머리를 빗는 노파, 목화밭 한가운데 꼼짝 않고 서 있는 붉은 옷의 여자, 비가 내린 다음 날 물웅덩이에서 긴 머리를 감던 흰옷의 여인들….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지금도 중국 인터넷에서 되풀이되는 대표적인 농촌 괴담들이다.
무덤 위에 앉아 있던 노파
옛날 어느 마을에서 한 노파가 세상을 떠났다. 당시 농촌에서는 마을 인근 야산에 묘를 쓰는 토장이 일반적이었다.
노파의 무덤 옆에는 모양이 기묘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줄기가 매끈하고 가지가 길게 뻗어 있어 마을 아이들이 그곳에 올라가거나 그네처럼 매달려 놀곤 했다.
노파가 묻힌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여자아이 둘이 다시 나무를 찾았다.
한참 놀던 아이 하나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멀지 않은 무덤 위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허리가 굽은 노파였다.
노파는 무덤 위에 가만히 앉아 천천히 자신의 긴 머리를 빗고 있었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며칠 전 장례를 치른 바로 그 노파라고 생각했다.
겁에 질린 아이는 친구를 데리고 황급히 마을로 달아났다. 집에 도착하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은 무덤을 찾아가 종이돈을 태우고 제를 올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시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덤 옆 나무까지 베어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해가 지면 그곳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목화밭에 나타난 붉은 옷의 여자
두 번째 이야기는 집단농업이 이뤄지던 시절의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한 노파가 사람들과 목화 수확에 나섰다. 넓은 밭에 흩어져 한참 목화를 따던 노파가 허리를 펴고 쉬려던 순간이었다.
목화 사이로 붉은색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한 명이 서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옷이었다. 바지도, 신발도 붉었다.
이상한 것은 따로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노파가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아무리 바라봐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농촌에서는 회색이나 검은색 계열의 옷이 흔했고 붉은 옷은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나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었던 금기가 순간적으로 노파의 머리를 스쳤다.
‘들판에서 붉은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가까이 가지 마라.’
노파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따놓은 목화를 넘겨주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 뒤로는 아무리 바빠도 혼자 밭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물웅덩이에서 머리를 감던 흰옷의 여인들
마지막 이야기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다음 날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한 남자가 소를 몰고 산비탈로 올라갔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움푹 파인 곳마다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평평한 풀밭에 도착한 소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끌어도 앞으로 가지 않았다.
남자는 결국 소를 풀어놓고 근처에 앉았다. 그때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멀리의 물웅덩이 쪽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흰옷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긴 흰옷을 입은 여자들이 물가에 줄지어 앉아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물에 담그고 있었다.
남자는 한동안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소까지 내버려둔 채 산 아래 마을을 향해 달렸다.
괴담에서는 그가 집으로 돌아온 뒤 며칠 동안 심하게 앓았다고 전한다.
이 세 이야기가 실제 사건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어두운 산과 들판에서 순간적으로 사물을 잘못 보거나 공포심이 만들어낸 착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괴담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데는 이유가 있다. 공동묘지에 가지 말라거나 밤늦게 혼자 들판과 산에 들어가지 말라는 농촌 공동체의 경고가 공포 이야기와 결합해 세대를 넘어 전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믿기에는 기묘하고, 웃어넘기기에는 등골이 서늘하다.
그래서 중국 민간 괴담에는 오래전부터 이런 태도가 따라붙는다.
“그저 이야기로 말하고, 그저 이야기로 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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