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섰던 시민들 사이에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배신감과 절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에 거주하던 38세 가장 시아바시 시르자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할 경우 돕겠다”고 한 발언을 믿고 거리로 나섰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위가 강경 진압되는 것을 목격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란 당국이 총격에 나섰고, 지난 1월 8일 인터넷이 전면 차단된 가운데 시르자드는 테헤란 시위 현장에서 총상을 입고 수시간 만에 숨졌다. 12세 아들을 남긴 채였다.
익명을 요구한 그의 사촌은 가디언에 “시아바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트럼프의 도움이 올 것이라 믿었다”며 “가족들이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트럼프가 우리를 지지한다고 했다’며 거리로 나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이란 국민에게 시위를 계속하라며 “도움이 오고 있다”고 발언했고, 당시 미국의 이란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바꿔, 이란 당국으로부터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받았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일단 접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같은 태도 변화 이후 이란 내부에서는 좌절감이 확산됐다. 테헤란 시내는 무장 보안군의 순찰 차량만 오갔고, 수도 외 지역에서는 시위가 이어졌으나 통신 차단으로 정확한 상황 파악은 어려운 상태다.
테헤란의 한 주민은 활동가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대규모 체포가 진행 중”이라며 “트럼프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순간 처형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당국은 국영 TV를 통해 강압적 자백 영상과 사법당국자의 공개 심문 장면을 내보냈다. 30여 개 국제 인권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이란에서는 대규모 사회 불안 시기에 구금시설 내 고문, 강제 실종, 초법적 살해 위험이 반복돼 왔다”고 경고했다.
다만 당국은 일부 사형 집행을 보류했다. 26세 시위 참가자 에르판 솔타니에 대한 사형 선고가 취소됐고, 교수형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전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인 사회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이란인 엘함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만약 트럼프가 이란 정권과 협상에 나선다면,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배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시위대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란 정권의 ‘외세 개입’ 주장만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이란 안팎의 시민들은 국제사회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이란인 아잠 장그라비는 “이란 국민은 그의 말을 믿었다”며 “누가 함께했고, 누가 외면했는지는 결국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완전한 개입 배제는 하지 않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대규모 학살을 막기 위해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 항공모함이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이스라엘 방공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 자산 재배치도 진행되고 있어 긴장은 이어지고 있다.
테헤란의 한 주민은 “시위는 일단 멈춘 상태”라며 “사람들은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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