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 연방수사국(FBI)이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이례적 조치를 단행했다. 미 국방부 외주 계약자와 연계된 기밀 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유출한 ‘주범’을 이미 체포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FBI는 1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에 있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한나 나타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미 법무부는 이번 조치가 국방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당국이 현직 언론인의 주거지를 직접 수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압박이 한층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장관 팸 본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기자가 펜타곤 외주 계약자로부터 불법 유출된 정보를 취득해 보도했다”고 주장하며, “불법적인 기밀 유출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도 “기밀 유출은 국가안보와 미군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 계획을 유출한 매우 악질적인 인물을 찾아냈고, 현재 수감 중”이라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으로 추가 연루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FBI는 나탄슨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스마트워치를 확보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맷 머레이 편집국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나탄슨 기자와 본사는 수사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전례 없이 공격적인 조치가 언론의 헌법적 보호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에는 1980년대 제정된 법률에 따라, 기자가 범죄에 직접 연루되지 않는 한 취재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는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시스템 관리 외주 인력 아우렐리오 페레스-루고네스로, 최고 수준의 정보보안 접근 권한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문건에 따르면 그는 특정 국가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불법 취급·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당국은 그가 기자와 대화하던 중 기밀이 담긴 기록을 남겼고, 무단 출력한 기밀 문서를 보관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은 1월 초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강제 확보하려던 작전 계획이 사전에 외부로 새어 나갔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즉각 보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탄슨 기자는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공무원 대규모 해고와 재배치, 대베네수엘라 압박 정책을 집중 취재해 왔다. 그는 수백 명의 전·현직 공무원과 접촉하며 내부 반발과 불안을 전해왔고, 지난해 12월에는 취재 경위를 공개하는 기고문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부 제보자들의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을 둘러싸고 미국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기밀 유출 수사라는 명분 아래 언론의 취재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며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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