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웃음 뒤에 감춰진 지하감옥… 필리핀 前여시장, 사기·인신매매 ‘종신형’

  • 허훈 기자
  • 입력 2025.12.06 07:32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동포투데이] 필리핀 루손섬 중부 팜팡가주의 작은 도시 밤반(Bamban)을 이끌었던 앨리스 구오(Alice Guo·중국명 郭華萍) 전 시장이 전기통신 사기와 인신매매, 감금·고문 등을 총괄한 범죄 조직의 사실상 ‘총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그는 오랫동안 ‘친근한 여성 시장’의 이미지를 내세워 조직 범죄의 본거지를 은폐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필리핀 수도권 법원은 구오 전 시장에게 인신매매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함께 운영한 ‘바오푸(BOF) 타워’ 단지 등 61억 페소(약 1460억 원) 상당 자산도 전액 몰수됐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이것이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다. 불법 감금, 고문치사, 자금세탁, 조세포탈, 신분위조 등 5개의 추가 혐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2.png
△‘천사 시장’으로 불리던 앨리스 구오 전 밤반 시장. 주민들과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던 그는 사실상 범죄 조직의 총책이었다(사진/인터넷)

 

친근한 미소 뒤에 숨겨진 ‘사설 감옥’

 

현지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머리를 질끈 묶고 노인들에게 달걀을 건네고, 아이들과 노점을 다니며 웃던 그는 ‘천사 시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수사 결과, 그가 밤반시에 세운 바오푸(BOF) 단지는 ‘POGO(온라인 게임·도박 센터)’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감금·폭행·전기 고문이 이뤄진 폐쇄형 시설이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유인된 피해자들이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하루 수십 명에게 사기 전화를 걸어야 했고, 실적이 미달하면 전기충격·폭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필리핀 경찰이 단지를 급습했을 때 침대 프레임에 수갑이 채워진 채 숨진 중국인 3명이 그대로 발견됐다. 사망 전 장기간 고문을 당한 흔적이 뚜렷했다.

 

중국 부유층 출신, 필리핀서 신분 세탁… “시장직도 돈으로 샀다”

 

구오의 출신은 처음부터 수상했다. 1990년 중국 푸젠성 진장에서 태어난 그는 부유한 가문이 몰락하자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이후 위조 서류로 ‘앨리스 구오’ 명의의 필리핀 여권을 확보하고 신분을 세탁했다.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2019년 ‘바오푸 단지’를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범죄에 손을 댔다. 중국·필리핀·동남아 범죄자들과 연계해 전기통신사기, 인신매매, 강제노동을 결합한 조직을 운영했다.

 

년에는 막대한 자금으로 선거판을 장악하며 시장에 출마했고, 이듬해 밤반시 첫 여성 시장이 됐다. 당시 그는 “단지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인수자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인물이었다.

 

단지 탈출한 베트남인 1명이 무너뜨린 ‘범죄 제국’

 

사건의 단초는 2024년 초, 단지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베트남 국적 노동자 한 명이었다. 그를 숨겨준 미국인 전직 군인이 신고하면서 대통령 직속 PAOCC(반조직범죄위원회)가 수사에 착수했다.

 

3월 13일 단지 급습 당시 678명이 구조됐고, 이 중 218명은 중국인이었다. 3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주변 야산에서 추가로 6구가 나왔다. 컴퓨터에서는 사기 스크립트와 전기고문 장비 기록이 나왔다. 결정적 증거는 단지 운영비 전액이 구오 개인 계좌에서 지출됐다는 사실이었다.

 

25.png
△검은 마스크를 쓴 채 호송되는 구오 전 시장. 그는 조사 과정에서 ‘돼지고기 장수’라고 주장했으나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사진/인터넷)

 

도피 끝에 인도네시아에서 체포… “돼지고기 장수였다”는 말은 거짓

 

구오는 조사 과정에서 “필리핀에서 자란 혼혈이며 돼지고기를 팔아 생계를 꾸렸다”고 주장했지만, 성장 기록·가족·언어·학교 등 모든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자산 동결 직후 필리핀을 빠져나간 그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전전하다 9월 4일 인도네시아 탕게랑에서 체포돼 송환됐다.

 

중국 법원도 “국외 전기통신사기 조직 핵심 인물”로 규정

 

2025년 11월, 중국 상하이 법원은 관련 사건 7건의 판결문에서 구오를 “국외 전기 사기 조직의 상부 책임자”라고 규정했다. 중국으로 송환된 피해자 상당수는 극심한 PTSD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족들은 “밤마다 전기충격 장면을 악몽처럼 떠올린다”고 호소한다.

 

“시민에게 미소를 보이던 그 사람이…” 밤반시의 깊은 배신감

 

구오 조직의 주요 공범 2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다. 인터폴은 이미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POGO 산업 정비를 약속했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이미 수백 개 단지가 반감금형 사기 공장으로 변질됐다”며 회의적이다.

 

밤반시 신임 시장은 취임 직후 바오푸 단지의 전기망을 제거하고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며 깊은 배신감을 드러냈다.

ⓒ 동포투데이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추천뉴스

  • 전 세계 한글학교, 민화로 하나되다
  • “중국을 알려면 현실을 봐야” — 세계중국학대회 상하이서 개막
  • “두 개의 신분증, 한 세상은 끝났다”… 호주 교민, 중국서 ‘이중국적 단속’에 막혀 출국 불가
  • “중국 청년들, ‘서울병(首尔病)’에 걸렸다?”…中 매체 “韓 언론, 과장·왜곡 심각”
  • 中 배우 신즈레이,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 시진핑·김정은 회담…“북·중 전통친선 계승, 전략적 협력 강화”
  • “중국인 안 와도 여전한 쓰레기”…한국 관광지, 반중정서의 희생양 되나
  • 퇴임 앞둔 프랑스군 총참모장, “분열된 유럽은 강대국 먹잇감 될 수도”
  • 서정원 매직, 펠리피 폭발+웨이스하오 쇼타임…유스 듀오 데뷔골까지 ‘5-1 완승’
  •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웃음 뒤에 감춰진 지하감옥… 필리핀 前여시장, 사기·인신매매 ‘종신형’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