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필리핀 루손섬 중부 팜팡가주의 작은 도시 밤반(Bamban)을 이끌었던 앨리스 구오(Alice Guo·중국명 郭華萍) 전 시장이 전기통신 사기와 인신매매, 감금·고문 등을 총괄한 범죄 조직의 사실상 ‘총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그는 오랫동안 ‘친근한 여성 시장’의 이미지를 내세워 조직 범죄의 본거지를 은폐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필리핀 수도권 법원은 구오 전 시장에게 인신매매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함께 운영한 ‘바오푸(BOF) 타워’ 단지 등 61억 페소(약 1460억 원) 상당 자산도 전액 몰수됐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이것이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다. 불법 감금, 고문치사, 자금세탁, 조세포탈, 신분위조 등 5개의 추가 혐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친근한 미소 뒤에 숨겨진 ‘사설 감옥’
현지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머리를 질끈 묶고 노인들에게 달걀을 건네고, 아이들과 노점을 다니며 웃던 그는 ‘천사 시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수사 결과, 그가 밤반시에 세운 바오푸(BOF) 단지는 ‘POGO(온라인 게임·도박 센터)’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감금·폭행·전기 고문이 이뤄진 폐쇄형 시설이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유인된 피해자들이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하루 수십 명에게 사기 전화를 걸어야 했고, 실적이 미달하면 전기충격·폭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필리핀 경찰이 단지를 급습했을 때 침대 프레임에 수갑이 채워진 채 숨진 중국인 3명이 그대로 발견됐다. 사망 전 장기간 고문을 당한 흔적이 뚜렷했다.
중국 부유층 출신, 필리핀서 신분 세탁… “시장직도 돈으로 샀다”
구오의 출신은 처음부터 수상했다. 1990년 중국 푸젠성 진장에서 태어난 그는 부유한 가문이 몰락하자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이후 위조 서류로 ‘앨리스 구오’ 명의의 필리핀 여권을 확보하고 신분을 세탁했다.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2019년 ‘바오푸 단지’를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범죄에 손을 댔다. 중국·필리핀·동남아 범죄자들과 연계해 전기통신사기, 인신매매, 강제노동을 결합한 조직을 운영했다.
년에는 막대한 자금으로 선거판을 장악하며 시장에 출마했고, 이듬해 밤반시 첫 여성 시장이 됐다. 당시 그는 “단지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인수자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인물이었다.
단지 탈출한 베트남인 1명이 무너뜨린 ‘범죄 제국’
사건의 단초는 2024년 초, 단지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베트남 국적 노동자 한 명이었다. 그를 숨겨준 미국인 전직 군인이 신고하면서 대통령 직속 PAOCC(반조직범죄위원회)가 수사에 착수했다.
3월 13일 단지 급습 당시 678명이 구조됐고, 이 중 218명은 중국인이었다. 3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주변 야산에서 추가로 6구가 나왔다. 컴퓨터에서는 사기 스크립트와 전기고문 장비 기록이 나왔다. 결정적 증거는 단지 운영비 전액이 구오 개인 계좌에서 지출됐다는 사실이었다.
도피 끝에 인도네시아에서 체포… “돼지고기 장수였다”는 말은 거짓
구오는 조사 과정에서 “필리핀에서 자란 혼혈이며 돼지고기를 팔아 생계를 꾸렸다”고 주장했지만, 성장 기록·가족·언어·학교 등 모든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자산 동결 직후 필리핀을 빠져나간 그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전전하다 9월 4일 인도네시아 탕게랑에서 체포돼 송환됐다.
중국 법원도 “국외 전기통신사기 조직 핵심 인물”로 규정
2025년 11월, 중국 상하이 법원은 관련 사건 7건의 판결문에서 구오를 “국외 전기 사기 조직의 상부 책임자”라고 규정했다. 중국으로 송환된 피해자 상당수는 극심한 PTSD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족들은 “밤마다 전기충격 장면을 악몽처럼 떠올린다”고 호소한다.
“시민에게 미소를 보이던 그 사람이…” 밤반시의 깊은 배신감
구오 조직의 주요 공범 2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다. 인터폴은 이미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POGO 산업 정비를 약속했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이미 수백 개 단지가 반감금형 사기 공장으로 변질됐다”며 회의적이다.
밤반시 신임 시장은 취임 직후 바오푸 단지의 전기망을 제거하고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며 깊은 배신감을 드러냈다.
BEST 뉴스
-
일본행 경고 하루 만에… 중국 항공사들 일제히 ‘전액 무료 환불’
[동포투데이]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고 공식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대상으로 한 ‘특별 조치’를 일제히 발표했다. 15일 오후 5시(현지시간) 기준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하이난항공, 쓰촨항공 등 5개 항공사는 12월 31일까지 일본 출·도착 항공... -
중국, 인공지능으로 도시 서열 재편… 베이징 1위·항저우·선전 추격
[동포투데이]“AI 도시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징, 항저우, 선전이 선두권을 형성하며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새로운 삼국지를 그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10대 인공지능 도시’에는 베이징, 항저우, 선전, 상하이, 허페이, 우한, 광저우, 난징, 쑤저우, 청두가 이름을 올렸다. ... -
노재헌 주중대사 “한중은 미래를 함께 여는 협력의 동반자”
[동포투데이]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가 “한국과 중국은 오랜 세월 교류와 협력을 이어온 가까운 이웃이자,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노 대사는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 초대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올해 6월 출범한 한국의 새 정부 이후 양국 관계가 새... -
미스 유니버스 현장서 폭언 파문… 참가자들 집단 퇴장
▲태국에서 을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한 고위 관계자가 참가자를 "멍청하다"며 폭언을 퍼부어 참가자들의 분노를 샀고,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퇴장했다. (사진 제공: X) [동포투데이]세계적인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본선 무대... -
“모국 품에서 다시 하나로”…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인천서 개막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개회사하는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사진제공 : 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해외로 입양돼 각국에서 성장한 한인 입양동포들이 ‘모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이 주최하는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가 10일 인천... -
“러시아와 전쟁 대비 완료”… 독일군 사령관 “나토, 80만 병력 투입 가능”
[동포투데이]독일군 최고지휘관이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며 “독일은 이미 전쟁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토(NATO)가 개전 시 최대 80만 명의 병력을 러시아 국경 인근에 배치할 수 있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RT방송에 따르면, 독일 연합작전사령부의 알렉산더 조르...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도쿄 직하형 지진 발생 시 1만8000명 사망… 日 정부 최신 예측
-
일본 직장서 여성 피살…가해자는 중국인 동료 “무슨 갈등 있었나”
-
웃음 뒤에 감춰진 지하감옥… 필리핀 前여시장, 사기·인신매매 ‘종신형’
-
“중국인 안 오니 거리 깨끗”… 前 일본대사의 발언, 일본 사회서 ‘공감’ 확산했지만 경제 현실은 냉혹
-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에 ‘중국(대만)’ 표기… 대만 항의에도 한국 정부는 ‘노코멘트’
-
두바이 하늘 난 中 플라잉카… 세계 주문 7천대 돌파
-
“다카이치 발언, 일본 경제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 일본 학자 직격
-
중·러, ‘대일 전략 공조’ 공식화… “다카이치 정부의 군사적 확장, 용납 못해”
-
日 “이스라엘 공격형 드론 구매” 추진 논란 … “다카이치, 국제체포영장 대상 될 수도”
-
베트남 호찌민서 ‘초대형 성매매 조직’ 적발… 前 승무원과 중국인 남친, 여성 200여 명 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