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방의 정보전 시각에 가려진 학술 교류의 가치
[동포투데이]중국이 2004년부터 전 세계 대학과 손잡고 세운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CI)은 한때 160여 개국에서 500여 개 학원과 750여 개 부속 교실을 운영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언어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는 언어 교육과 문화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을 내세웠고, 실제로 수십만 명의 학생이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어와 동아시아 문화를 접했다. 그러나 최근 서방에서는 이 제도가 “중국 정보기관의 앞잡이”라는 의혹 속에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공자학원을 경제·기술 스파이 활동과 연계시키며 ‘위협 요인’으로 분류한다. FBI는 이미 2018년 “중국 유학생이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영국 일부 언론은 유학생들이 ‘캠퍼스 감시자’로 동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는 영국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주장은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공자학원에 대한 서방 사회의 시각이 얼마나 ‘안보 프레임’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공자학원에서 수업을 듣거나 문화 활동에 참여한 수많은 학생들은 언어 습득과 상호교류의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모든 유학생이 잠재적 첩자”라는 식의 경계심은 냉전적 사고의 연장선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국과 호주,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아예 공자학원 문을 닫았다. 미국은 국방부 예산 지원을 받는 대학에서 공자학원을 금지했다. 서방 언론은 이를 “학문 자유 수호”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문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 정말 중국의 영향력 때문인지, 아니면 대학 자체가 재정난을 빌미로 특정 국가의 의존도를 스스로 키운 탓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공자학원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서방 대학들이 국제화와 재정 다변화 과정에서 선택한 결과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측면도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대학 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현실은 단순히 중국 책임이 아니라, 공공재정 축소와 시장 논리에 밀려난 고등교육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은 2020년 공자학원 총부(한반)를 언어교육협력센터(CLEC)로 개편하며 ‘리브랜딩’을 시도했다. 서방에서는 이를 “간판만 바꾼 눈가림”으로 치부하지만, 중국 측은 교육과 문화 교류 기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언어교육과 인문 교류는 본질적으로 보편적 가치이며, 특정 국가의 정치적 의도를 일괄적으로 덮어씌우는 접근은 균형을 잃을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계약과 재정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문 자유 보장을 제도화하면 된다. 언어와 문화 교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불투명한 합의와 불균형한 권력 관계가 문제인 것이다. 나아가 서방이 중국의 공자학원을 일방적으로 ‘정보전의 도구’로 매도하면서 자국의 문화원·언어원 활동을 정당화하는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이나 독일의 괴테인스티투트 역시 국가 지원을 받지만, 이를 ‘정보기관의 도구’로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공자학원 논란은 단순히 중국의 영향력 확대 문제를 넘어, 세계 고등교육이 안보와 경제, 정치의 힘겨루기 속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방식 매도나 중국식 방어가 아니라, 투명성과 상호주의에 기초한 성숙한 국제 규범이다. 언어와 문화 교류를 ‘첩보전’으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학문과 교류의 본래 가치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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