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미국 백악관이 지난 7월 31일 단행한 관세 행정명령이 전 세계 무역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70여 개 국가의 수출품에 최대 4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응관세’ 정책은 미국이 다시 고관세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포하는 조치다. 시행일은 8월 7일. 뉴욕 타임스는 이를 “글로벌 무역 통합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이라 지목했다.
이 조치로 미국의 평균 실질 관세율은 1.2%에서 17%로 급등하며,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무역적자국에는 15%의 최소관세, 무역흑자국엔 10%의 기준관세, 특정 국가엔 40% 이상의 고율 관세가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이른바 '적자-흑자 기준 차등관세'다.
즉각적인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나타났다. 뉴욕증시는 ‘검은 목요일’이라 불린 이날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폭락했고, 하루 만에 세계 시장 시가총액 1조 달러가 증발했다. 금값은 최고치를 찍었고, 유가는 8% 하락했으며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미국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포드는 알루미늄 부품 가격 상승으로 8억 달러의 추가비용을 부담하게 됐고, 장난감 제조사 해즈브로는 6000만 달러의 손실을 예고했다. 예일대 산하 예산연구소는 미국 가계의 연평균 지출이 2400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가격은 8.4%, 의류 가격은 6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통 대기업인 월마트와 타겟이 재고 소진으로 가격 방어에 나섰지만,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70%, 서비스업체의 절반가량이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국제상공회의소(ICC)는 “재고가 소진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관세 충격이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관세 수입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관세 수입은 전체 감세 및 인프라 지출의 18%에 불과했고, 미국의 재정적자는 이미 2조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긴급 사절단을 중국에 파견해 협력 확대에 나섰고, 스페인과 프랑스는 대미 의존도 감축을 공식화했다. 브라질은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하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 재검토에 착수했다.
무역의 흐름도 이동 중이다. DHL의 글로벌 물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올해 들어 9.7% 줄어든 반면 영국·아세안·아프리카 수출은 각각 7.4%, 12.2%, 18.9%씩 증가했다. 플렉스포트의 CEO 라이언 피터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려 했지만, 세계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며 “10곳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철수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10대 항만의 6월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4월의 9.6% 증가분을 완전히 상쇄한 수치다.
미국의 단독 행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능까지 약화시키고 있다. 무역 규칙이 흔들리자, 각국은 자국 통화 결제 확대와 지역 산업망 구축에 나서며, 달러 중심의 전통적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스페인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이미 위안화 결제를 시작했고, 이 흐름은 EU 내부로 번지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도 2026년 블록체인 기반 무역결제 시스템을 공동 발표하며 탈달러화에 나섰다.
앞으로의 변화는 수치로도 예고된다. 분석에 따르면 2027년까지 세계의 대미 수출은 최근 3년 평균 대비 46%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약 2조6800억 달러의 손실이다. 교역을 통해 달러를 확보하던 구조가 무너지면, 전 세계 시장에서의 달러 순환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WTO는 지난 4월 말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상품 교역량이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저관세 시나리오보다 약 3%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번에는 100년 전과는 다르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세계를 대공황으로 밀어 넣었을 때, 세계는 그저 침묵했다. 하지만 2025년의 세계는 다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 EU는 반도체 생산의 30%를 유럽 내부로 이전하는 ‘리스크 제거 전략’을 가속화했고, 중국과 아세안은 디지털 경제 협정을 체결해 관세 장벽을 낮췄다.
백악관이 다시 관세의 칼을 꺼낸 날, 세계는 조용히 돌아섰다. 이제 중심 없는 새로운 무역 지도가, 미국 없이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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