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한여름 바닷바람에 열 개국 국기가 나부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이곳에 모여 6월 25일부터 이틀간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SCO 창설 23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회원국 국방장관이 한 자리에 모인 ‘완전체’ 회담이었다. SCO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SCO는 2001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 창설한 지역 안보협의체다. 이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가 합류하며 10개국으로 확대됐다. 이번 회의는 벨라루스가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뒤 처음 열린 회담으로, SCO의 안보협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렸다.
올해 의장국인 중국의 둥쥔 국방부장은 회의 개회사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패권주의와 강권이 세계 안정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서방 중심의 일극 안보질서에 대한 SCO의 문제의식을 집약한 발언이다.
회의에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란, 파키스탄 등 핵심 역내 강국은 물론 중앙아시아 5개국과 벨라루스까지 참가했다. 이들이 대표하는 인구는 전 세계의 43%, 영토는 3,600만㎢에 이른다. 국방비나 군사력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SCO는 군사 동맹이 아닌 ‘전략적 동반자’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안보 틀과 차별화된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 장샤오강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단결과 협력이 멀리 가는 길”이라며 SCO 정신을 “신뢰·상호 이익·평등·협의”로 정리했다. ‘동맹이 아니라 동반자’, 폐쇄보다 개방, 대결보다는 조정에 방점을 찍는 SCO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SCO는 '비동맹·비대결'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이는 회원국 간 안보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더라도 협력의 여지를 넓히는 구조다. 서로 다른 외교노선을 가진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과 러시아가 한 테이블에 앉는 것도 이런 기조 덕분이다.
회의가 열린 같은 시기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렸다. 미국이 유럽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자,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은 현실성과 정치적 부담을 두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냉전기의 군비 논리를 다시 꺼내 든 미국에 유럽은 ‘지정학적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에 비해 SCO는 지정학적 갈등보다 협력을 우선에 둔다. SCO 회의에 참석한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NATO는 군사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서방 중심의 폐쇄적 클럽이 됐다”고 지적하며, SCO의 포용적 구조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회의에서 둥쥔 국방부장은 다섯 가지 협력 과제를 제시했다. △국경 문제의 정치적 해결 △이란의 주권과 안보 지지 △중앙아시아 내 테러 대응 공조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 완화 △다국간 합동훈련 강화 등이다. 군사력 증강보다 지역 안정과 분쟁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력 억지와 제재 중심의 서방식 접근법과는 뚜렷이 다른 궤적이다.
중국 국방대학의 군사전략가 장치(张弛)는 SCO를 ‘진보적 역량, 협력의 모범, 안정의 닻’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그는 “다극화로 가는 세계질서 속에서 SCO는 중간지대의 합리성과 공동체적 사고를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SCO는 현재 10개 정회원국 외에도 2개 옵서버국과 14개 대화 파트너를 두고 있다. 이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과 지리적 확산 범위를 보면, SCO는 단지 '반서방 연합'이 아니라 포스트서구 중심질서의 실험장이자, 신흥국들의 전략적 연대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년은 제2차 세계대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이 되는 해다. SCO는 이를 맞아 “평화는 패권이 부여하는 사치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함께 창조해야 할 공공재”라고 선언했다. 칭다오의 회의장은 조용했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갈등과 군비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연대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외교·안보 환경에도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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