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되레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중국 기업을 겨냥해 고강도 수출 규제를 이어왔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리 중국의 기술 독립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2018년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제재하고, 2019년 화웨이와 거래를 제한했으며, 2022년에는 14나노 이하 첨단 장비까지 수출을 막았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압박하려 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압박이 곧 학습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실제 중국 주요 기업들은 제재 직후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연구개발과 자체 생산 능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ZTE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한 끝에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고, 화웨이는 공급망이 끊긴 뒤에도 자체 개발 칩셋 ‘기린 9000S’를 내놓으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첨단 EUV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자 기존 장비를 개량해 14나노 공정 수율을 끌어올렸고, 2024년 매출이 전년보다 22% 늘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봉쇄가 산업을 조기에 성숙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대규모 자본 투입도 자립 속도를 끌어올렸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2020년 16%에서 2023년 약 30%로 올랐고, 2025년에는 7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중국은 반도체 국가펀드 3기에서 2000억 위안(약 37조 원) 이상을 투입해 설계·제조·장비·소재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 인재 확보도 병행됐다. 반도체 산업에서 30만 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에 따라, 중국은 해외 한인·화인 전문가와 실리콘밸리 출신 엔지니어들을 적극적으로 불러들였다. 최근 중국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율은 절반을 넘어섰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의 중국 매출 의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퀄컴은 2023년 중국 매출 비중이 46%로 떨어졌고, 인텔은 27%에 그쳤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GPU 수출이 막히면서 5억5천만 달러의 재고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AI 칩과 EDA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미 자체 칩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중국은 갈륨·게르마늄 등 핵심 소재의 주요 수출국으로서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도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반도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다극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미국의 제재가 중국을 압박하기보다는 자립을 재촉했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기술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된 공급망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국제 반도체 질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BEST 뉴스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동포투데이] 광복 8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 각지에서 한국광복군 관련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이번 행사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관으로 마련해, 난징·충칭·청두·시안 등지에서 사적지 탐방, 임시정부청사 교류 세미나, 전시와 ... -
美 보수 인사 찰리 커크 피격 사망…22세 대학생 용의자, 경찰관 아버지에 의해 제압
▲경찰이 발표한 커크 피살 사건 용의자 사진 [동포투데이] 미국 유명 보수 성향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가 22세 대학생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그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이 아들을 직접 제압해 당국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 -
김경협 동포청장 “연결 넘어 연대로…동포사회 지원 강화
△제3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취임식(사진=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재외동포청 김경협 청장이 10일 취임식에서 “재외동포 사회와의 연결을 넘어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청장은 인천 연수구 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동포사회의 경험과 ... -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51명 명단 공개…정부 “무관용 원칙” 천명
[동포투데이]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노동부는 10일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를 열고 체불 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와 신용제재 대상을 심의·의결했으며, 11일부터 공식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
NEWS TOP 5
실시간뉴스
-
가을의 들판에서 만난 전통의 숨결 — 연변의 추석, 문화로 익다
-
“중국,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
-
북한, ‘국방발전–2025’ 전격 공개… 극초음속 무기 앞세워 군사 자신감 과시
-
연변선봉국가삼림공원, 천년 고목과 청정한 공기의 숲속 여행
-
“한눈에 세 나라가 보인다”…훈춘 방천, ‘국경의 마을’에 몰려든 연휴 관광객
-
연길조선족민속원, 삶이 머무는 문화의 뜰
-
연길의 밤, 왕훙챵(网红墙)에 흐르는 빛과 열기
-
관광 대국으로 변신한 중국, 세계가 몰린다
-
[르포] ‘‘두만강이 부르는 국경의 노래’…중국 연변, 변방에서 중심으로
-
“세워둔 샤오미 자동차 스스로 주행했다?”… 회사 측 “아이폰 조작 오해, 품질 문제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