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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의 약속 되새긴 히로시마…피폭 80년, 살아남은 이들의 마지막 증언

  • 허훈 기자
  • 입력 2025.08.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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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포투데이] 8월 6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는 정적이 흐른 가운데 8시 15분 정각, 평화의 종이 울렸다. 80년 전 같은 시각, 미군의 B-29 폭격기가 ‘리틀보이’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이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날의 상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80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식에는 5만 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포함한 120개국의 대표단도 함께 자리했다. 일본 정부와 히로시마시는 이번 행사를 “피폭 생존자들의 마지막 큰 이정표”라며 특별히 의미를 부여했다. 피폭자 평균 연령은 이제 86세를 넘어섰다.

 

94세 생존자 스즈토 미노루 씨는 기념비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전할 사람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전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추모식에서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이 비극을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행동하겠다”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후 SNS를 통해 “핵무기의 참상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서, 이 경험을 전승하고 국제적 노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쓰이 카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갈등과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핵무기와 군비 강화가 안보 수단으로 수용되는 현실이 역사의 교훈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정책은 결국 평화를 지탱하는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도 “핵무기의 비인도적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피폭자 단체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는 성명을 통해 “우리를 외면하는 핵 보유국들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지금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추모식에서는 총리가 기념비에 헌화하고, 하얀 비둘기 수십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날처럼 뜨거운 여름날, 생존자들과 유족,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인 이들이 다시 한 번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했다.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도 ‘팻맨’이라 불린 두 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됐고, 약 7만 명이 희생됐다. 두 번의 공격은 인류 역사상 유일한 핵무기의 실전 사용으로 기록됐으며, 일본은 8월 15일에 항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어도, 핵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80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상흔은 현재의 경고로, 그리고 미래를 위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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