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8월 6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는 정적이 흐른 가운데 8시 15분 정각, 평화의 종이 울렸다. 80년 전 같은 시각, 미군의 B-29 폭격기가 ‘리틀보이’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이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날의 상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80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식에는 5만 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포함한 120개국의 대표단도 함께 자리했다. 일본 정부와 히로시마시는 이번 행사를 “피폭 생존자들의 마지막 큰 이정표”라며 특별히 의미를 부여했다. 피폭자 평균 연령은 이제 86세를 넘어섰다.
94세 생존자 스즈토 미노루 씨는 기념비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전할 사람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전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추모식에서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이 비극을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행동하겠다”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후 SNS를 통해 “핵무기의 참상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서, 이 경험을 전승하고 국제적 노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쓰이 카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갈등과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핵무기와 군비 강화가 안보 수단으로 수용되는 현실이 역사의 교훈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정책은 결국 평화를 지탱하는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도 “핵무기의 비인도적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피폭자 단체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는 성명을 통해 “우리를 외면하는 핵 보유국들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지금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추모식에서는 총리가 기념비에 헌화하고, 하얀 비둘기 수십 마리가 날아올랐다. 그 날처럼 뜨거운 여름날, 생존자들과 유족,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인 이들이 다시 한 번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했다.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도 ‘팻맨’이라 불린 두 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됐고, 약 7만 명이 희생됐다. 두 번의 공격은 인류 역사상 유일한 핵무기의 실전 사용으로 기록됐으며, 일본은 8월 15일에 항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어도, 핵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80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상흔은 현재의 경고로, 그리고 미래를 위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BEST 뉴스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미국, 더 이상 매력 없다”…관광객 급감에 125억 달러 손실 전망
△ 뉴욕 맨해튼에는 '간세부르트 페닌슐라' 해변 (사진/중국신문망 랴오판 제공) [동포투데이] 미국의 강화된 입국 규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발길을 돌리게 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7월 미국을 찾은 해외 관...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동포투데이] 광복 8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 각지에서 한국광복군 관련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이번 행사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관으로 마련해, 난징·충칭·청두·시안 등지에서 사적지 탐방, 임시정부청사 교류 세미나, 전시와 ... -
美 보수 인사 찰리 커크 피격 사망…22세 대학생 용의자, 경찰관 아버지에 의해 제압
▲경찰이 발표한 커크 피살 사건 용의자 사진 [동포투데이] 미국 유명 보수 성향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가 22세 대학생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그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이 아들을 직접 제압해 당국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 -
김경협 동포청장 “연결 넘어 연대로…동포사회 지원 강화
△제3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취임식(사진=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재외동포청 김경협 청장이 10일 취임식에서 “재외동포 사회와의 연결을 넘어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청장은 인천 연수구 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동포사회의 경험과 ...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중국,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
-
북한, ‘국방발전–2025’ 전격 공개… 극초음속 무기 앞세워 군사 자신감 과시
-
연변선봉국가삼림공원, 천년 고목과 청정한 공기의 숲속 여행
-
“한눈에 세 나라가 보인다”…훈춘 방천, ‘국경의 마을’에 몰려든 연휴 관광객
-
연길조선족민속원, 삶이 머무는 문화의 뜰
-
연길의 밤, 왕훙챵(网红墙)에 흐르는 빛과 열기
-
관광 대국으로 변신한 중국, 세계가 중국으로 몰린다
-
[르포] ‘‘두만강이 부르는 국경의 노래’…중국 연변, 변방에서 중심으로
-
“세워둔 샤오미 자동차 스스로 주행했다?”… 회사 측 “아이폰 조작 오해, 품질 문제 아냐”
-
“중국 청년들, ‘서울병(首尔病)’에 걸렸다?”…中 매체 “韓 언론, 과장·왜곡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