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축구가 또 다시 국제적 망신을 샀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중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기술 분석 스태프가 상대 팀의 훈련을 불법 촬영한 사실에 대해 징계를 내리며, 중국축구협회(CFA)에도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정작 몇 달 전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팀 훈련을 무인기로 촬영한 일은 눈감은 채 이번 사건만 중징계하면서, AFC의 '이중잣대'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AFC는 6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벌금 징계를 공지했다. 공문에 따르면, 중국 U20 대표팀 소속 비디오 분석관 리스티치가 비공개 훈련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미화 5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CFA는 관리 책임을 이유로 추가로 2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AFC는 이와 함께 “재발 시 더 중한 처벌, 심지어 출전 정지까지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월 열린 U20 아시안컵 당시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은 조별리그에서 카타르,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지만,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골을 허용하며 탈락, U20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AFC는 도촬 대상 팀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시기와 맥락상 사우디 혹은 호주가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AFC는 리스티치가 ‘징계 및 윤리 규정’ 50.1조를 위반했다고 적시했고, CFA는 ‘U20 아시안컵 경기규정’ 52.1조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도촬 피해 팀은 밝히지 않아 논란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팬들의 분노를 자극한 건 AFC의 ‘선택적 처벌’이다. 지난 4월 사우디에서 열린 U17 아시안컵에서 사우디 측이 무인기로 중국 대표팀의 훈련을 촬영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AFC는 이에 대해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중국 측 항의도 묵살당했다는 후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유사 사례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바 있다. 2023년 여자 월드컵 당시, 캐나다 대표팀은 드론으로 뉴질랜드 팀 훈련을 촬영한 혐의로 승점 6점이 삭감되고, 관련 코치 3명이 1년간 전 세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AFC가 사우디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서아시아 봐주기’라는 오랜 비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도촬 혐의를 받은 분석관 리스티치는 현 중국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유력한 데얀 조르제비치의 오랜 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U20 대표팀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왔고, 조르제비치가 성인대표팀 감독에 오를 경우 리스티치가 함께 승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시스템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CFA 관계자는 “해당 벌금은 협회가 부담할 것”이라고 밝혀, 사전에 협회의 승인이나 묵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더욱이 불과 며칠 전, CFA는 4부 리그 쓰촨 청년경기 클럽이 승부를 포기하는 ‘소극적 경기’로 징계를 내린 바 있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이해하지만, 기술력이 모자라서 걸렸다는 게 더 안타깝다”며 자조했고, 또 다른 다수는 “20년째 세계대회 못 나가는 팀이 이런 치졸한 방법이나 쓰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도촬 사건과 더불어, 중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외국인 선수 티아가 경기 중 폭력 행위로 4경기 출장 정지를 받는 등, 국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이어 터지는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CFA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중국 축구가 명예 회복보다 오히려 ‘축구정신’의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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