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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재개된 평양마라톤, '정치적 성역'으로 변한 대회의 이면

  • 김다윗 기자
  • 입력 2025.04.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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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2025년 4월 6일, 평양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 속에서 특별한 경쟁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이후 6년 만에 국제선수 참가가 허용된 평양국제마라톤이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기념하는 행사로 열린 것이다. 이 대회는 세계육상연맹(AIMS) 공인 '브론즈 라벨' 경기로 주목받았지만, 참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가비용만 2,452달러(약 330만 원)에 달하는 이 대회는 중국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신청이 강제됐다. 미국 등 일부 국가 참가자들은 별도의 '성분 심사'를 거쳐야 했으며, 경기 전 반드시 만경대 김일성 생가 참배와 헌화 의식이 의무화됐다. 한 러너는 "헌화 시 허리 각도가 90도에 미치지 않자 가이드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고 털어놓으며 대회의 정치적 성격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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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는 평양 시내 주요 정치적 상징물들을 집중적으로 연결했는데, 김일성경기장 출발 후 개선문·우의탑·평양대극장 등을 지나는 코스로 설계됐다. 특히 평양대극장 앞 LED 스크린에서는 '선군정치' 구호가 반복 재생되며 대회의 이중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관중석에는 5만 명의 군중이 청색 작업복 차림으로 3시간 전부터 입장해 85~90데시벨로 통제된 구호를 외쳤다.  


이색적인 규정도 화제를 모았다. 대회 매뉴얼에 명시된 'GPS 휴대 불가' 조항으로 독일 선수 한스는 장비 반납 요구를 받았고, 일부 외국인 참가자들이 경기장 내 김일성 초상화가 담긴 영상 촬영을 시도하다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중국 러너 왕씨는 20여 장의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만 수개월을 소요했으며, "서류 작업이 훈련보다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복잡한 절차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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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경기 결과도 논란을 낳았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강호들을 제치고 조선 선수들이 남녀부문 모두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국내 마라톤 관계자들이 평양에 유학 가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의 독주 체계에 대한 재고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대회를 두고 "관광 재개를 위한 시험장"(CNN)과 "정치 쇼"(BBC) 등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9년 평양관광특구법 개정 이후 외화 획득 수단으로 스포츠 관광을 적극 활용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읽히지만, 과도한 정치적 요소와 경제적 부담이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 스포츠와 정치가 교차하는 이 특별한 마라톤은 북한 사회의 독특한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평양의 계산된 행보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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