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연재] 한 여인의 인생변주곡(9)
■ 김철균
결혼 뒤 남편은 자기의 주견이 세울 때도 있었지만 많은 방면에서 아내인 순자가 하자는대로 따라주었다. 그것은 자기한테 바친 아내의 자아희생적인 선택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거니와 가정생활을 포함한 모든 생활에서 아내의 뜻과 주장이 그만큼 정확하고 “진리”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순자는 민족단결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특히 당시는 연변조선족자치구가 갓 창립된만큼 민족단결을 각별히 강조해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연변은 조선족과 한족을 비롯하여 만족, 회족, 몽고족 등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고장이다. 이렇게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고장인만큼 여러 민족이 친 형제처럼 화목해야 한다. 만약 여러 민족 사이에 단합이 잘 되지 않고 서로 흉보고 물어뜯고 하는 현상이 비일비재로 나타난다면 외래침략자가 쳐들어오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분열이 생겨 붕괴되기가 쉽다. 나라에서 연변에 자치권리를 부여한 것은 바로 여러 민족이 손잡고 공동으로 잘 살라는 것이지 결코 조선족들만이 특수화를 부리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 연변지구에서는 반드시 조선족은 한족을 떠날 수 없고 한족 또한 조선족을 떠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순자는 한족을 비롯한 기타 소수민족과의 민족단결을 위한 일련의 언행지침을 제정하였다.
절대적은 아니지만 한족들은 너그럽고 순박한 반면 위생지키는 면에서 좀 지저분하고도 부족함이 노출되고 있다. 우리 조선족 또한 절대적은 아니지만 친절하고 활발한 반면 사람과 사람사이, 가정과 가정사이에서 남의 험담을 늘여놓는 열근성이 노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조선족과 한족들 사이에서 서로 상대방의 우점을 따라배우고 자기의 열근성을 극복하면서 손을 잡아야 민족단결을 운운할 수 있고 자기 민족한테 30%의 배려를 쏟았다면 한족한테는 70% 혹은 그 이상의 배려를 쏟아야 한족들의 긍정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족들을 위해 많이 봉사하고 그들의 신뢰를 받는 것 역시 결국은 우리 조선족을 위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순자는 민족단결이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민족단결의 성과도 나무위의 배가 익어 절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이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많은 면에서 한족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었는데 실례로 조선족가정과 한족가정에서 같은 일에 봉착하였다면 될수록 한족집부터 도와주군 했다.
여기에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순자네 이웃에는 성이 진씨인 한족집이 있었다. 어느 날 이집 주인 진씨가 마당을 쓸려고 문을 나섰는데 벌써 누가 말끔하게 쓸어놓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진씨는 한뉘 자기의 몸도 가꿀줄 모르는 마누라가 마당을 다 쓸다니 해가 서쪽에 뜰 일이라고 희한해했다. 그리고 그채로 집에 들어오면서 아직도 잠자리에 누워있는 마누라를 보며 “오래 살다보니 마누라가 마당을 쓰는 것을 다 본다”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마누라가 잠꼬대를 하듯 “내가 왜 당신을 두고 마당을 쓸어?!”하고 한마디 하고는 홱 돌아눕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아직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마누라가 마당을 쓸 일은 없지. 그렇다면 과연 누가 몰래 남의 마당까지 쓸어놓았단 말인가?…
다음날 아침, 2-3일에 한번씩 아침시장에 다녀오는 습관이 있는 진씨는 그날 아침도 하남시장에 나가 콩물과 기름튀기떡을 사들고 집마당에 들어서다가 이웃집 김선생네 색시가 자기 집 마당을 쓸어주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아이유 색시, 색시가 우리 집 마당을 다 쓸어주다니 웬일이유? 나는 또 게을러빠진 우리 마누라가 마당을 쓸었다 하고 칭찬까지 해줄번 했는데…”
“아주버님, 어디 아침장마당에 다녀오는 길이세요? 아침에 우리 집을 마당을 쓸겸 먼저 아주버님댁네 마당부터 쓸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우리 집 마누라는 아직 꿈속에서 깨여난 것도 같지 않수다 허허허” “괜찮아요. 이웃집 마당이 깨끗해야 우리 집 마당도 깨끗하고 온 동네가 깨끗할 것이 아니예요?!”
그러자 진씨는 “당신네 조선족들은 정말 깨끗하여 항상 위생모범우다. 정말 깨끗해…”라고 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순자는 한족가정에 환자가 생겼을 때도 그러했고 한족집 가정에 반찬이 떨어졌을 때도 그러했으며 하다 못해 조선족애와 한족애가 다툼질을 하거나 싸울 때도 먼저 조선족애를 교육하고 나중에 한족애한테 타일러주군 했다.
이를 두고 한시기 많은 조선족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순자가 한 것이 옳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다. 많은 한족들이 조선족들을 우러러 보게 되었고 조선족가정에 변이라도 생기면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기도 했다.
한편 순자는 남의 마당을 쓸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갖다던지기도 하였는가 하면 위생이 좀 불결한 집은 집안청결까지 도와주면서 개인과 가정 그리고 동네와 거리의 위생을 잘 지킬데 관한 선전도 잘 하였다. 그래서인가 일단 아침만 되면 순자가 동원하지 않아도 동네사람들은 스스로 비자루를 들고 위생청결에 떨쳐나서군 하였으며 순자네가 사는 동네는 연길시의 그 어느 동네에 비해서도 위생청결이 잘되여 늘 가두판사처의 표창을 받군 하였다.
그러자 거민위원회에서 선진일군을 선거하거나 소조의 조장을 선거할 때면 모두들 한결같이 순자를 선거하였는데 거기에는 한족주민들이 거의 과반수를 차지하군 하였다. 그리고 1953년말 순자네가 연변위생학교 사업의 수요로 집을 하남가로부터 신흥가로 이사할 때 많은 사람들이 순자와 갈라지기 아쉬워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중에도 한족로인들과 한족아낙네들이 적지 않았다. (다음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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