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의 원유 수송 위기가 바다에서 육상으로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으로 중요성이 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우회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춘 데 이어, 홍해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 국영통신 SPA가 전한 에너지부 발표에 따르면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을 지나는 ‘동서(East-West) 송유관’이 지난 10일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다.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당국은 예방적 조치로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고 시설 피해와 재가동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도 SPA를 통해 공격에 동원된 여러 대의 드론이 이라크에서 날아왔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자체 조사 결과 공격이 남부 미산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알리 알자이디 총리는 미산작전사령관을 해임하고 공격 경위와 관련자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라크와 이란을 연결하는 일부 국경검문소의 통제도 강화됐다.
다만 공격 주체는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관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단정하기 어렵다.
사우디는 즉각적인 군사보복에는 나서지 않았다. 사우디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국의 주권과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권리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주목되는 이유는 동서 송유관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원유 생산지역과 홍해 연안 얀부를 연결한다. 페르시아만을 거치지 않아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유를 홍해로 보내는 핵심 우회 통로다.
AP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6월 초 사우디가 송유관 서쪽 끝 홍해 항구를 통해 수출한 원유는 하루 500만 배럴을 넘어섰다.
그러나 홍해 쪽도 안전하지 않다. AP는 예멘 후티 세력이 최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 요충지 페림섬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주요 해상로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원유를 보내는 육상 송유관이 공격받고, 그 종착지에서는 다시 바브엘만데브의 군사적 위험과 마주하는 상황이다.
송유관 재가동 시점과 이라크의 공격 배후 조사, 사우디의 후속 대응이 향후 중동 정세와 국제 원유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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