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터스] “독일·일본은 되는데 왜 한국차는 안 되나.”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정작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입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글로벌 판매 727만 대를 기록하며 현대자동차그룹 기준 세계 3위 자리를 굳혔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명실상부한 ‘빅3’ 반열이다. 북미와 유럽, 중동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수요가 이러한 성과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2025년 기준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량은 각각 21만 대, 25만 대 수준으로 합산 46만 대에 그쳤다. 글로벌 성적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 시장에서 사실상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때 한국차는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0년대 초반 베이징현대는 연간 1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가성비’와 디자인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넓혔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2017년 베이징현대 판매량은 81만 대로 전년 대비 약 28% 감소했고, 기아 역시 45%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 한국차 점유율은 약 9% 수준에서 1%대로 떨어졌고, 최근 소폭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복세는 제한적이다.
반면 독일과 일본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생산과 설계, 가격 전략까지 철저히 현지화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토요타와 혼다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연비와 내구성에서 신뢰를 쌓았다. 장기간 축적된 현지화 전략과 기술 선택이 시장 지위를 지탱한 셈이다.
한국차는 한때 ‘합리적 가격에 높은 사양’이라는 중간 지대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이 시장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급격히 올라오면서 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약진이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BYD는 2025년 글로벌 판매 460만 대를 기록하며 세계 5위권에 진입했고, 중국 내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리자동차와 상하이자동차 등도 전기차와 스마트카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 중국 소비자들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주행거리, 소프트웨어, 인포테인먼트, 가격 대비 성능 등 실제 체감 가치를 기준으로 차량을 선택한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차는 기존 강점을 잃었고, 전동화 전환에서도 한 박자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중저가 전략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현지화의 깊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과 일본 업체들은 공급망부터 제품 설계까지 중국 시장에 맞춰 장기간 전략을 구축해 왔다. 반면 한국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소비자 요구에 맞춘 대응 속도와 전략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 시장에서 밀리는 현상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차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이 아닌,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중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브랜드’ 네임밸류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드웨어를 넘어선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체제로의 전환 속도와 사용자 경험(UX), 그리고 장기적인 미래 가치가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차가 이 거대한 변화에 발맞춰 현지 합작 법인과의 구조적·전략적 재편을 단행하고, 중국 시장 전용 기술 경쟁력을 얼마나 깊이 있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빅3’ 지위를 수성할 성패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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