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영국 고등법원이 글로벌 통신 특허 분쟁과 관련해 삼성전자에 중흥통신(ZTE) 측에 약 3억9200만 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라고 1심 판결했다.
영국 법원 판단에 따르면 이번 금액은 양측이 제시한 요구 수준의 중간값이다. 중흥통신은 약 7억3100만 달러를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2억 달러 이하를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은 1심으로 양측 모두 항소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분쟁은 약 498일간 이어진 글로벌 소송전의 결과다. 양사 갈등은 2021년 체결된 특허 라이선스 계약 만료 이후 재계약 조건을 둘러싼 이견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영국 런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조건을 법원이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흥통신은 중국, 독일, 유럽 통합특허법원(UPC),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다중 관할 소송’이 5G 시대 표준필수특허(SEP) 분쟁의 전형적인 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모두 4G·5G 표준필수특허의 주요 보유 기업으로, 쟁점은 누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와 어느 국가 법원이 이를 결정할 것인지에 집중됐다.
영국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기존 계약을 비교 기준으로 삼아 라이선스 비용을 산정했다. 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뮌헨 법원이 활용한 ‘톱다운(Top-down)’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앞서 독일 법원들은 중흥통신의 제안을 FRAND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삼성전자 측 주장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면 영국 법원은 과거 삼성전자와 애플이 체결했던 계약을 주요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영국 법원은 해당 계약이 협상력 차이 등 특수한 상황에서 체결돼 특허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비교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 방식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가별 법체계 차이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은 계약법 중심, 독일과 유럽은 경쟁법 중심 접근을 취하고 있어 동일 사안에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5G 기술 확산과 함께 표준필수특허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글로벌 특허 분쟁이 단일 국가가 아닌 다수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중국 정보통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전 세계 5G 표준필수특허는 15만9000건을 넘어섰으며, 상위 10개 기업이 약 67%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별 비중은 화웨이가 11.7%로 1위, 퀄컴이 8.05%, 삼성전자가 7.36% 순이다. 이어 LG, 중흥통신, 노키아, 에릭슨, 샤오미, OPPO, NTT도코모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6G 시대를 앞두고 특허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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