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의 헤게모니 패권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미국 유력 언론에서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미국식 패권은 과거가 됐고, 글로벌 신질서가 부상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지만, 다른 나라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좌우하던 헤게모니 패권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기고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단독주의 노선을 패권 약화 국면에서 나타난 과잉 반응으로 평가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앞세워 세계 각국을 압박해 왔지만, 중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맞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다수 국가는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서두르며 자국 이익을 일부 양보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는 대외 경제 관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수용하는 조항까지 받아들였다.
미국의 국제기구 탈퇴와 대외 원조 축소, 파리기후협정 이탈, 유엔 분담금 감축 등 이른바 ‘이탈 행보’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비교적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아프리카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여행 제한 확대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강제 연행 역시 대규모 반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고문은 이런 표면적 순응이 곧 미국의 영향력 유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여전히 강대국이지만, 헤게모니 패권은 이미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으며, 워싱턴이 이를 인정하든 말든 새로운 국제 상호작용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글로벌화의 균열이 커졌지만, 세계 다수 국가는 무역 통합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아세안은 자유무역협정을 디지털·녹색 산업까지 확대했고, 유럽연합(EU)은 환태평양 지역 및 남미 주요 경제권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미국 내에서 ‘글로벌화’가 부정적 용어로 쓰이는 것과 달리, 세계 다수 국가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성장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 광물과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이 불평등한 자원 협정을 강요하는 가운데, 일부 자원국은 개발과 국유화를 통해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이 선도적 위치를 굳혔고, 전기차와 태양광 시장에서도 다수 개발도상국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고문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의 부상도 주목했다. 브릭스는 다자주의를 내세워 미국 영향권을 벗어난 협력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제적 존재감 역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세계 질서는 과거 질서의 단순한 반복도, 전혀 새로운 체계의 백지 설계도 아니다”라며 “상향식 협력과 실용주의가 결합된 혼합형 질서가 점진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헤게모니 패권 이후의 세계가 순탄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며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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