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허훈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는 이제 하나의 ‘정치 산업’이 돼가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경제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보다, 특정 세력이 반중 감정을 증폭시키고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특히 극우 성향의 세력들은 중국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자극적 구호와 음모론을 대량 유통시키며 여론을 흔든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을 상대하려는 것도 아니고, 국익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중국 때리기’가 자신들의 존재 기반을 유지하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바라볼 때 분명히 고려해야 할 지점들은 있다. 다만 그 표현은 사실과 외교적 현실을 기반으로 차분히 평가하면 된다. 중국의 정치·사회적 구조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 정책 결정 과정이 한국보다 훨씬 집중적·일체형이라는 점,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 방식이 한국의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정도를 사실 그대로 파악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 세력은 이런 합리적 관찰 대신 과장된 공포와 적대적 상상을 뒤섞어 감정을 선동한다. “중국이 곧 한국을 집어삼킨다”는 식의 허황된 구호가 온라인을 가득 채우고, 정치권 일부는 이런 선동을 표 계산에 이용한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감정 대신 ‘계산’을 선택했다. 기술 투자, 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 확대, 다자외교 네트워크 구축 등 실질적 성과를 꾸준히 쌓아가며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조급한 논쟁도 없고, 하루 이틀 여론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중국이 항상 옳다는 뜻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철저히 전략적 사고로 움직이는 반면, 한국의 극우 정치와 일부 포퓰리즘 세력은 감정적 프레임으로만 중국을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감정 대립이 아니다.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중국은 한국 경제·수출·산업 구조와 깊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극우 세력은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탈중국”이라는 단순 구호만 외친다. 정작 그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없다. 산업 구조를 어떻게 전환할지, 공급망을 어떻게 재편할지, 안보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빠져 있다. 감정만 있고 전략은 없다. 이들의 극단적 언설은 한국 사회를 냉정한 판단에서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문제는 중국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는 기술’이 없다는 데 있다. 극우 세력의 방식처럼 감정과 혐오, 왜곡과 선동에 기대는 접근은 중국을 견제하기는커녕 한국의 사고 능력만 약화시킨다. 중국을 정확히 이해해야 대응도 정확해진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극우 정치와 온라인 기반 선동 세력은 중국을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증오의 도구’로 소비하며, 국민을 이성적 판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국익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국은 한국의 온라인 혐중 구호나 극우의 선동을 진지하게 상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시간에도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넓히고, 외교를 확장한다. 한국이 감정 소비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은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이런 비대칭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진다. 감정에 기대는 정치세력이 성장한 나라와, 전략적 계산으로 움직이는 국가는 결코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없다.
한국이 지금 극복해야 할 것은 중국이 아니라, 중국을 조잡한 혐오의 대상으로만 활용해온 한국 내부의 낡은 정치문화다. 감정의 정치가 국익을 파괴하는 가장 빠른 경로임을 이제 직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중국을 평가할 능력,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준비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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