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일본 전 주호주 대사 야마가미 신고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교토 거리가 놀랄 만큼 깨끗해졌고, 택시 기사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일본 온라인 공간에서 즉각적인 공감을 얻으며 급속히 확산됐다. 혼잡과 소음에서 잠시 벗어난 듯한 ‘조용한 교토’의 풍경이 일본 누리꾼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 뒤편에는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일본 관광·소매업의 깊은 위기감이 뚜렷이 드러난다.
중국 문화·관광 당국이 최근 일본 방문에 유의하라는 안내를 내놓은 직후, 일본 관광시장은 사실상 급제동이 걸렸다. 나리타공항의 항공편 예약률은 순식간에 65% 폭락했고, 일본 주요 여행사에서는 단체 여행 취소가 60%를 넘기며 줄줄이 예약이 갈라졌다. 중·일 간 12개 항공노선은 아예 운항이 중단됐고, 일본행 항공권 54만 장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도쿄와 오키나와 상권에서는 “내년은 예측조차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일종의 해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전철이 조용해졌다는 글, 교토 골목 사진을 올리며 “도시가 원래의 품격을 되찾았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피로감이 누리꾼들의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상적 만족과 별개로 경제 충격은 훨씬 규모가 크고 깊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지속될 경우 일본 GDP가 0.36% 떨어지고 손실이 2조2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본토 관광객은 2024년 기준 외국인 관광 지출의 30% 이상을 차지했고, 홍콩·마카오·대만 지역을 포함하면 43%에 달한다. 이들의 1인당 여행 지출은 11만9000엔으로 다른 외국인 관광객을 압도한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타격도 극심하다. 도쿄·교토 상권에서는 폐업이 속출하고 면세점 매출은 급감했다. 시세이도와 미쓰코시이세탄 등 일본 대표 소비·유통 대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흔들린 것도 이 때문이다. “관광객이 줄어 조용해졌지만, 가게는 버틸 수 없다”는 업계의 비명이 이어진다.
문제의 근원에는 중·일 간 정치적 긴장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정치권의 잇단 대만 관련 발언, 반중 성향 인사의 노골적 발언이 중국 내 여론을 차갑게 만들었고, 이는 곧바로 여행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일본 여행 취소는 관광 분야를 넘어 문화·교육 교류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잇달아 개봉을 미루고, 홍콩 교육청은 학생들의 일본 연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틈을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중국인 관광객 유치 규모에서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고, 태국·싱가포르 등은 신규 항공편 확대와 결제 편의성 개선으로 적극적인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일본이 지난 수년간 중국 관광객을 위해 투입해 온 시스템·결제·서비스 인프라는 당분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관광업계는 지금 구조적 기로에 서 있다. 거리의 청결과 조용함이 일시적 만족을 줄 수는 있지만, 관광 경기 급랭으로 폐업이 지난해보다 82% 늘어난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관광은 도시를 번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계와 경제의 기반이기도 하다. 정치적 언동 하나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시대에 일본이 어떤 관광 전략을 선택하느냐가, 앞으로의 경제 회복 속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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