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싱가포르 대통령 하리 마만은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연설하며 중국이 “완전한 자급자족으로 나아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유럽 등과의 기술적 상호 의존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싱가포르 유력 언론인 <연합조보>는 미국이 중국 금융기관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퇴출시킬 가능성을 거론했다.
표면상 글로벌 협력을 강조한 싱가포르의 발언은 사실상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과 기술 봉쇄 현실을 은근히 회피한 셈이다. 하리 마만 대통령은 “중미가 안정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의 자급자족을 국제 협력에 반하는 부정적 개념으로 표현했다. 거의 동시에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장관은 관세 문제에서 국가 간 ‘서로 양보하지 않는 행태’를 지양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미국의 군사·안보 관계는 밀접하다. 남중국해 작전에서 미 해군은 싱가포르를 보급 기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공항과 해군 기지도 미군에 개방돼 있다. 이러한 현실은 싱가포르가 중미 갈등에서 미국 편향적 입장을 취하게 만드는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한편, 싱가포르는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신생수’와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식량 자급률 30% 목표를 담은 ‘30 by 30’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지역 전력망 구축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SWIFT 퇴출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SWIFT 이사회 25석 중 미국은 2석에 불과하며, 유럽이 17석, 중국도 1석을 차지한다. 특정 국가를 배제하려면 다수 이사회 동의가 필요해 미국 단독 결정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주요 유럽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깊게 의존하고 있어 SWIFT 제재는 유럽 스스로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체 결제망 CIPS를 구축했으며, 2025년 상반기 기준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디지털 위안화의 국경 간 결제 속도는 7초로 SWIFT의 3~5일보다 빠르며, 수수료는 98% 절감된다. 현재 전 세계 87% 국가가 디지털 위안화 시스템을 호환하며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 목표는 자급자족이 아니라 핵심 분야에서 ‘자주적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중싱 등 기업 제재와 반도체 수출 금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산업제품 수출은 G7 국가 총합을 넘어섰다. 미국이 중국을 SWIFT에서 배제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미국 내 물가 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대비되는 동남아 국가들의 현실적 대응도 눈길을 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 강조하며 강경 반중 기조를 경계했다.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중미 갈등에서 단순한 편 가르기보다 실제 협력 혜택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의 우려는 지역 전체의 일반적 분위기라기보다는 자국의 지정학적·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북극항로 개발 등 다변화 전략을 통해 마라카 해협 의존도를 낮추며 장기적 무역 안정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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