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공세가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의 구도를 흔들고 있다. 수십 년간 ‘철옹성’으로 불리던 일본차의 독주 체제가 균열을 보이고,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중국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 30일 보도에서 “중국 전기차의 진입은 일본차의 무적 시대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PwC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남아 6대 주요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62%로 내려앉았다. 2010년대 평균 77%와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다. 반면 중국차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미미했던 점유율이 5%를 넘어섰다.
특히 인도네시아 사례는 변화의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은 경기 침체로 위축됐지만, 중국차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8월 도요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16만1000대였지만, BYD 판매량은 세 배 이상 늘어난 1만9000대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내 중국차 가격이 약 2억 루피아(한화 약 855만 원)로 책정된 점, 그리고 전기차 관세 면제 등 정부 지원책이 판매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미 15개 중국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 진입했으며, 추가로 5개 브랜드가 가세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시장 구도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BYD가 올해 상반기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토요타를 제쳤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토요타가 전체 판매의 25%를 점유했으나, 충전 인프라 확대와 중국 브랜드의 공격적 진출이 소비자 선택을 바꾸어 놓았다.
중국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차량 소프트웨어와 첨단 기능에서 일본차를 압도한다는 분석이 많다. 원격 주차, 음성 인식, 회전형 터치스크린 같은 기능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층을 흡수하고 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경쟁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태국 시장도 변화가 감지된다. 스바루가 지난해 태국 공장을 철수했고, 스즈키는 2025년 생산 종료를 예고했다. 반대로 BYD는 현지 생산 차량을 유럽에 수출하며 글로벌 거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S&P글로벌은 2032년까지 중국차의 태국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자동차 수출은 429만 대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 수출은 153만 대로, 증가율이 87.3%에 이른다.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2030년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30%를 차지할 것”이라며, 동남아·중동·아프리카·남미 등 신흥시장이 핵심 성장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제 동남아를 넘어 세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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