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지난 6월, 한 중의학 관련 술 제조업체의 브랜드 해외 진출 행사장. 무대에 오른 한 중년 남성이 거수경례를 하며 입을 열었다. “중의학과 술의 결합은 중화 문명의 지혜입니다.” 그의 뒤에는 커다란 화면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중의중국 창립자, 중국과학원 원사 완샤오핑.”
하지만 이 장면은 곧 삭제됐다. 8월 5일,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이 해당 인물 완샤오핑이 ‘중국과학원 원사’는 물론, 자신이 주장해온 모든 경력이 허위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삭제 전까지 이 영상은 여러 계정에서 공유되며 '국가급 인사'의 연설처럼 유통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어떤 공적 자료에도 완소평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이력서’는 화려했다. 온라인에 따르면 그는 ‘중국과학원 원사’이자 ‘인민해방군 소장’으로, 14세에 입대해 베트남전을 치렀고, 사스 당시 군의관으로 활약했으며,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우한 훠선산 병원의 건설과 운영을 총지휘했다고 한다. 공훈도 특등공부터 삼등공까지 줄줄이 언급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군사 관련 공식 인명록은 물론, 중의학계 인사 기록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심지어 실제 워선산 병원이나 소탕산 병원 등의 실무 책임자는 전혀 다른 인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완샤오핑은 각종 행사와 포럼, 지역 강연에 활발히 얼굴을 드러냈다. 그가 내세운 직함은 ‘북경환순당중의원 원장’, ‘중의중국 발기인’, ‘찬란한 중국 건강총고문’, ‘중국민족브랜드발전공정 위원’ 등 수십 개에 달한다. 특히 광둥성 전통문화촉진회라는 민간단체와 연계된 언론과 SNS 계정을 통해 그는 공식적으로 소개됐으며, ‘명장 후손’이자 ‘공익 영웅’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해당 단체는 그의 방문을 환영하며 “전통문화 계승의 본보기”라고 칭송했고, 일대일로와 관련된 행사에도 그를 초청했다.
이 과정에서 완샤오핑이 가장 많이 등장한 분야는 중의학과 술을 결합한 마케팅 현장이었다. ‘약식동원’을 명분으로 내세운 그는 산둥의 한 와이너리에서 중의학 기반 제품 개발을 논의했고, ‘민족 브랜드 술’이라는 이름 아래 각국 대사들과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실제로는 이들 행사 대부분이 민간 차원에서 기획된 홍보성 행사였고, 주요 인사 소개나 신분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교육계 행사에도 등장했다. 2023년 2월에는 광둥성 둥관시 샤톈진의 한 초등학교에서 중의학과 국학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당시 현지 교육청 공식 SNS에서는 그를 ‘북경환순당중의원 원장’으로 소개했지만, 학교 측 SNS에서는 아예 ‘중국과학원 원사’로 소개했다. 강연 소개문에는 “수호지 등장 인물 완샤오치의 27대 후손”이라는 황당한 계보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완샤오핑이 보여준 이른바 ‘명함 마케팅’이 단순한 개인 사기를 넘어, 지역 협회·홍보업체·SNS 등과 결합된 복합 구조로 확장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름을 포털에 검색하면 관련 기사와 영상이 쏟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존재를 의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펑파이신문은 사설에서 “대부분의 사기꾼이 드러나지 않으려 하는 것과 달리,완샤오핑은 적극적으로 등장하며 신뢰를 얻었다. 그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바로 '지나친 노출'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내 권위 남용 문제와 신뢰 구조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대일로, 중의학, 민족 브랜드 같은 애국적 키워드를 내세운 마케팅과 홍보에서 공공기관과 언론의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완샤오핑’이라는 가짜 원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그를 믿고 초청한 수많은 단체와 협회, 행사 주최자, 언론이 모여 그를 만들어냈고, 이제는 그 책임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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