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대마다 역사 흐름을 바꾸는 탁월한 인물들이 등장해왔다. 이들은 그 지혜와 능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불리며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삼국연의>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은 이러한 인물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그조차도 ‘신인’ 순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중 최고로 평가받는 인물은 누구일까?
먼저 언급되는 이는 유보문(劉伯温)이다. 본명은 유기(劉基)지만 ‘보문’이라는 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불렸으며, 훗날 주원장을 도와 명나라를 건국한 공신 중 하나다. 그는 종종 제갈량과 함께 ‘신인’으로 비유되며, “천하 삼분은 제갈량이요, 일통강산은 유보문”이라는 말이 민간에 전해진다. 특히 정치와 군사 전략에서 남긴 업적은 지금도 높게 평가받는다. 그의 명성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 것은 <소병가(燒餅歌)>라는 예언서로, 이 노래는 명나라 이후 수백 년의 역사를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유보문은 단순한 전략가를 넘어 예언가로까지 불린다.
제갈량 역시 탁월한 전략가이자 정치가로, 그 충성과 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칭송받아왔다. 유비가 세 차례나 찾아가 그를 초빙했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일화는 유명하며, 목우유마, 제갈연노, 공명등 같은 발명품도 그의 재능을 보여주는 증거로 거론된다. 비록 <삼국연의>에 나오는 초자연적인 전술들, 예컨대 초선차전(草船借箭)이나 적벽 대전(赤壁大戰)의 묘사는 창작이지만, 실제로 그는 삼국의 정세 속에서 중요한 균형자 역할을 했다. 또한 천문·지리·점술에도 능했던 그는 ‘총명하고 충성된 재상’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장량(張良)은 자방(子房)이라는 자로 더 잘 알려진 인물로, 한나라의 명문 출신이다. 그는 한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으로, 유방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유방은 스스로 “전쟁에서 승리를 이끄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장량”이라며 그를 극찬했고, 장량은 유방과 항우의 지략 싸움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천하가 안정되자 그는 스스로 은거를 선택하며 권력을 멀리했다. 이런 ‘진퇴유도(進退有道)’의 지혜가 오히려 그의 인품과 지략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이순풍(李淳風)은 다소 덜 알려졌지만, 중국 고대 학문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바람의 방향을 분류했고, <을사점(乙巳占)>이라는 기상 관련 저술을 남겼다. 그가 개량한 혼천황도의(渾天黃道儀)는 지금도 천문학·기상학의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또한 그는 역학, 수학, 도가사상에까지 능통했던 전방위 학자로, <추배도(推背圖)>를 원천강과 함께 집필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원천강(袁天罡)은 당나라 시대 최고의 상술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무측천이 갓난아기였을 때 이미 그녀가 훗날 황제가 될 것을 예언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또, 당나라 재상 구궤(寇軌)에게 그의 장래와 위험을 예언했으며, 실제로 그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그는 <구천현녀육임과(九天玄女六壬課)>, <오행상서(五行相書)> 등 다수의 예지서 저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원천강은 형상학과 예지학의 대가로서, 후세 점성술과 철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귀곡자(鬼谷子) 본명 왕허(王诩)는 중국 전국시대 ‘종횡가(縱橫家)’의 시조로 불린다. 그의 사상과 저술은 후대 정치·외교·군사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귀곡자>, <본경음부칠술> 등은 ‘금서(禁書)’로 불릴 만큼 오랜 세월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왔다. 그가 배출한 제자만 해도 손빈, 방연, 소진, 장의, 여불위 등으로, 이들의 활동은 중국 역사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마지막으로 강태공(姜太公), 이름은 강상(姜尚), 자는 자아(子牙)로, 많은 이들에게는 <봉신연의>를 통해 익숙한 인물이다. 노년기에 등장해 주문왕을 도와 상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건국한 인물로, 실제로는 신선을 다룬 전설 속 모습보다 훨씬 뛰어난 전략가이자 국가 건설의 주역이었다. 주나라가 800년을 이어가는 데 그가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며, 병가의 시조로 불린다.
중국 수천 년 역사 속에는 수많은 인재가 존재했지만, 이 일곱 인물은 그중에서도 ‘신에 가까운 지혜’를 가졌다고 평가된다. 물론 역사적 기록의 부족이나 시대적 배경에 따라 그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존재는 시대를 넘는 영감을 주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처럼, 이들은 모두 당대의 위기 속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나라를 이끌거나 바꿨던 인물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그들을 돌아보는 이유도, 단지 그들이 남긴 업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듯한 통찰과 결단, 그리고 신화처럼 전해지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방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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