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를 향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다이먼 CEO는 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에서 열린 ‘레이건 국립경제포럼’ 연단에 올라, 미국의 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CEO는 연설에서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위협은 중국이 아니라 내부,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미국의 가치, 역량, 행정의 질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부채 문제를 강하게 꼬집었다. 다이먼은 “불과 5년 만에 연방 부채가 10조 달러나 증가했고, 부채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로널드 레이건 시절 35%에서 이제는 100%를 넘겼다”며 “이는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지난주 방중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다이먼 CEO는 현지에서 정책 당국자와 기업인들을 광범위하게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관세와 제재에도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중국 기술 견제 전략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인공지능, 전기차, 드론, 태양광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은 여전히 중국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산 전기차는 가격·성능에서 경쟁력을 갖췄고, 소비자용 드론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다. 미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던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마저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게 월가의 진단이다.
다이먼 CEO는 미국이 중국을 단순한 적대 세력이 아니라 “경쟁자이자 대화 상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전면적인 단절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존중과 실질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JP모건 내부에서도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JP모건 증권(중국)의 순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고, 자산관리·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도 확대됐다. 다이먼은 “반드시 전쟁일 필요는 없다. 이는 치열한 경쟁이며, 우리는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진짜 과제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했다. “지금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국내 정책이다. 정부의 비효율, 이민제도, 교육, 세제, 의료, 군사 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세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이먼의 경고는 거시 경제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이후 세계 무역질서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오히려 새로운 무역 파트너와 협력망을 확대하며 ‘탈(脫)달러화’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의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고, 아세안(ASEAN) 10개국은 자국 통화 결제 체계를 본격화했다. 이는 미국의 금융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2023년 상품무역 적자는 약 1조600억 달러로, 2016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 가계로 전가되고 있다. 중간소득 이하 가구는 매달 평균 480달러를 관세로 인해 더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연소득의 7%를 넘는 수치다.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두 가지 딜레마 사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최근 7.3%까지 상승했으며, 소비자 신뢰 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다.
다이먼 CEO는 지금의 상황을 “미국이 스스로 자초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해법은 대외 공세가 아니라, 대내 정비에 있다고 봤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국가적 총의와 협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진정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과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다이먼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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