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산툰 구월
박태일
모아산 질러 넘다
왼쪽으로 내려 서면
화룡에서 룡정에서 너른 평강 들 타고 내린
해란강 걸음걸음
고요하다
동성진 너머 리민 너머
옥수수 키잡이로 서서
파랗게 쏘다니는 구릉 마을
집들은 산협의 가난을 풀풀 날리고
창유리 깨진 틈으로 도닥도닥
옛말 드난다 개산툰
개산툰 구월은
두만강 건너 회령 산천 어디서
오득오득 개암이나 씹는 것일까
걸어 내리고 오르는 시장 마당
지난주 건너왔을 북녘 소식은
어느 집 낮술에 비틀거리고 있을까
아는 이 친척도 없이 나는
이 골짝에 갇혔다
장대교회 붉은 십자가가 국경 철책을 바라고 선
뒹겨장 빛깔 어두운 흙길 따라
룡정으로 연길로 나가는
버스는 그치고
택시 기사 둘 버드나무 아래
버드나무 그늘인 양 빈둥거리는 너머
두만강 수척한 물빛을 숨기며
개산툰 구월은 이제
입을 다문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 인터내셔널포커스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다문화 사회 20년… 지방의회엔 왜 이주여성이 없나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후보 명단에는 변화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 특히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이주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미약하다. 우선 현실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다... -
국제사회가 묻는다,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정당했는가
국제사회가 중동 정세의 긴장이 외교적 중재를 통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던 시점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합동 군사공격을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가까스로 이어져 오던 외교적 흐름에 중대한 균열을 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유엔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
‘TACO의 순간’에도 물러서지 못하는 트럼프의 전쟁
요즘 국제 정치에서 ‘타코(TACO)’라는 말이 유행한다. 원래는 멕시코 음식 이름이지만, 지금은 “트럼프는 결국 먼저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조롱 섞인 정치 은어가 됐다. 문제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 없는 전쟁에 들어섰다.  ... -
“동포라 부르지 마라?”… 이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동포라 부르지 마라.” 한국 사회는 지금, ‘같은 민족’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들은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일 뿐”이라며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동포’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따라붙고, ‘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