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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시/개산툰 구월

  • 허훈 기자
  • 입력 2024.06.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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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산툰 구월

 

 

박태일

 

모아산 질러 넘다  

왼쪽으로 내려 서면 

화룡에서 룡정에서 너른 평강 들 타고 내린

해란강 걸음걸음 

고요하다


동성진 너머 리민 너머

옥수수 키잡이로 서서 

파랗게 쏘다니는 구릉 마을

집들은 산협의 가난을 풀풀 날리고 

창유리 깨진 틈으로 도닥도닥

옛말 드난다 개산툰


개산툰 구월은 

두만강 건너 회령 산천 어디서

오득오득 개암이나 씹는 것일까 

걸어 내리고 오르는 시장 마당 

지난주 건너왔을 북녘 소식은  

어느 집 낮술에 비틀거리고 있을까


아는 이 친척도 없이 나는

이 골짝에 갇혔다 

장대교회 붉은 십자가가 국경 철책을 바라고 선  

뒹겨장 빛깔 어두운 흙길 따라

룡정으로 연길로 나가는 

버스는 그치고  


택시 기사 둘 버드나무 아래 

버드나무 그늘인 양 빈둥거리는 너머 

두만강 수척한 물빛을 숨기며

개산툰 구월은 이제

입을 다문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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