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신이 난무하는 濁世에서 淸世를 갈구하는 시인 홍성남
■ 서평 <정무상망-시집> 한국인권신문 김광석 편집인
시인은 광야에 홀로 던져졌다. 패배의 아픔은 컸다. 외로워서 두려웠다. 수많은 고통을 홀로 감내했다.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다. 그러면서 더욱 강해졌다. 헤아릴 수 없는 시련을 이겨냈다. 모든 것을 향기로운 언어로 승화해냈다. 이것이 바로 홍성남의 두 번째 시집 ‘長毋相忘(장무상망-2014. 홍성남. 도서출판 책과 나무)’이다.
시인 홍성남은 엄혹했던 그때 ‘세한도(歲寒圖)’를 통해 냉정을 되찾았다. 스승 ‘추사’ 김정희 선생과 제자 ‘우선’ 이상적 선생 간의 정리(情理)를 묵상했다. 엄동설한에도 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절개와 의리를 가슴에 새겼다.
누부와 형님의 ‘방천시장 사람들’은 시인을 언제나 푸근하게 감쌌다. 과일가게 부부, 목공소 할리데이비슨, 만물상 칸트가 있는 시장은 항상 아름다웠다. 그 속에서 함께하는 백반, 두부, 족발, 순댓국, 개떡, 튀김은 늘 정이 가득했다.
폐지 줍는 85세 어르신과 함께 울었고, 어머니와 같이 기도했다. 교도소에 면회하러 가면서 결심했고, 연화장에 가는 길에서 기원했다. 더불어 “나는 그대의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네. 그대 또한 나를 잊지 말게나.” 추사 선생이 제자 우선을 향한 ‘장무상망(長毋相忘)’을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오랜만에 만난 붕우(朋友)와 세상사를 안주삼아 탁주에 ‘차(茶)’를 더했다. 임과 함께 걸었던 연두색 보리밭길, 푸른 차밭의 향기로운 봄날도 있었다. 가을비에 서러운 주인 잃은 찻잔은 주인 찾아 청세(淸世)를 간원했다. 하루만 산다면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백산차는 막걸리와 함께 익어갔다.
동료들의 완주를 위해 음식준비와 응원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남산 눈길을 달렸고 봄날 정릉천을 경유해 한강길을 뛰었다. 여름날 우중에 지리산을 안았고 산수유 붉게 익는 날 단풍을 좇았다. 달품토와 함께한 ‘마라톤’ 탄금달, 남수달, 종목달, 양화달은 늘 행복했다.
상처투성이 몸으로 아픈 마음을 아스팔트길에 날리며 처절하게 달리고 달렸다.
105일의 ‘민생탐방’에서 아이 마음을 읽었고 찰나 인연을 쌓았다. 취객의 욕설에서 한 편의 명시, 한 구절의 명언, 한 곡의 명가를 감상했다. 이렇게 시인은 택시운전을 통해 보약을 먹고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홍성남 시인의 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진실한 몸짓과 뜨거운 가슴으로 ‘정치’를 할 것이다. 젊은 거시기로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벌거벗은 몸으로 우직하게 걸어갈 것이다. 한 조각 떡과 한 잔의 차라도 다 같이 나누면서 따뜻한 희망을 키워갈 것이다. 뚝배기 청국장에 막걸리 한 사발로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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