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바람이 옷속을 파고드는 계절에 다급하게 쫓겨가는 마가을, 락엽이 산만하게 뒹구는 스산한 거리를 사람들은 잔뜩 목을 움츠리고 총총히 오간다. 붙잡아둘수 없는것이 세월인가보다.거리의 가로수들에 파란 물이 오르며 여린 새잎들이 뽀족뽀족 돋던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덧 그잎들은 락엽이 되여 한잎두잎 정처없이 흩날리고 사람들의 발길아래 이리저리 짓밟힌다.
생활이 여유롭고 항상 성취감과 만족감에 도취되여있는 사람들에게는 저 락엽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온 세상을 단장한듯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서정을 느낄수 없다. 어떤 나무잎들은 자기의 삶을 유감없이 살았다는듯이, 자기가 해야 할 사명을 다 완수했다는듯이 홀가분하게 내려앉지만 어떤 나무잎들은 아직도 애달픔과 미련과 그리고 말못할 그 어떤 유감이 남아있기라도 하듯이 앙상한 나무가지를 붙잡고 파르르 애처롭게 몸부림치고있다.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처량함과 허전함이 밀물처럼 스며든다. 언젠가는 나라는 존재도 저 락엽처럼 사라져버릴테지, 인생의 삶도 순간에 불과한것이구나. 락엽 하나 주어들고 여태껏 자신을 잃어버린채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노라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내가 사는 동안을 어떻게 살았느냐 하는것은 내가 이 땅덩어리에서 소실된후 사람들이 평가할 나름이지만 그래도《그는 벌레와 같이 극히 평범한 사회적 동물이였다》는 평판보다는 그사람 꽤 아까운 사람이였는데…》라는 평판을 남기고싶다.
그런데 나는 지난날들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랑에 속고 가난에 울고 리해를 준만큼 리해를 못받아 알콜로 가슴을 지지고…그러다가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해졌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것일가?
내 몸을 스치는 가을바람이 나를 일깨운다. 아무래도 수확의 이 계절에 잃었던 나를 찾아 가을려행을 떠나야겠다.
내 존재의 가치가 얼마나 보잘것 없을지라도 잃었던 나를 도로 찾아와야겠다. 이 세상의 모든것이 자기로서의 존재리유가 있을테니깐.
내 존재의 가치가 얼마나 보잘것 없을지라도 잃었던 나를 도로 찾아와야겠다. 이 세상의 모든것이 자기로서의 존재리유가 있을테니깐.
인생려정을 걷는 방법은 사람들 각자의 나름대로일진대 옳바른 자세로 자신을 수습하면서 맡은 일에 충실하며 기분 나쁘던 슬픈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거뜬한 몸으로 새 출발을 하는것이 나의 참모습일것이다.
나는 불행하지 않다. 다만 불행했던 기억이 있을뿐이다. 나는 약자가아니다. 《탈무드》에서도 자기의 마음을 다스릴줄 아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으로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번 려행길은 주막도 없고 동행자도 없는 나그네의 인생수업의 길이다. 이번 걸음에 벌거벗은 몸으로 뒹굴던 고향의 오두막집과 맑은 동심이 넘쳐흐르던 소학교 교실에도 들려보고 중학시절 뛰놀던, 꿈속에 마냥 푸르러있는 학교뒤산에도 올라보고 또 젊은 꿈과 희망이 숨쉬던 대학교 교정도 거닐어보리라.
아무튼 일상의 모든 잡념을 팽개치고 오래동안 기억속에서 아리송하게 사라졌던 나를 회억하면서 가고 가노라면 저 강건너 아니면 그 다음 산너머에서 독버섯 같은 오염에 시들지 않은 그제날의 순수한 나 자신을 찾을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려행스케줄을 잡는다.
나를 찾아 떠나는 이번 가을려행에 좋은 수확이 있을거라는 상서로운 예감이 든다...
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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