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화
중국조선족은 항일전쟁과정에서 가장 먼저 반일혁명에 참가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변지역 총 항일열사 중 조선족이 무려 3,204명을 차지하며 그 가운데서도 조선족 여성 항일열사는 338명에 달하여 조선족열사의 10.54%를 차지한다('중국공산당연변역사대사', 2002).
현재까지 조선족 항일전사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남성전사에게 집중되었다. 설사 조선족 항일 여전사에 대한 자료라 해도 그들의 항일에서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는 공헌사, 보충사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항일활동 속에서의 결혼, 출산, 자녀양육 등을 둘러싼 그들의 처우에 대한 여성학적인 해석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본고에서 여성주의시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연변지역 조선족 항일 여전사들의 항일활동에 내포된 여성해방의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연변지역 조선족 항일 여전사들은 대부분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열악한 경제적 환경 속에서 어릴 적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거나 가무를 담당함으로써 힘들었던 노동생활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결혼 이후에도 힘들게 항일운동 농사짓고 각종 생업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해나갔다. 그들은 혁명에 참가하기 이전 자신들을 둘러싼 가부장적 문화와 가정 안팎에서 여성들의 희생만 요구받는 현실 때문에 고달픈 인생을 살아갔다.
그러던 것이, 그들에게 의식전환의 계기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당시 연변지역에서의 민족주의계열의 여성계몽운동, 공산주의 계열에서의 남녀평등과 여성해방 사상 전파 등 사상적 배경 하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가난한 처지를 불공평한 사회적 현실로 자각하면서 그러한 가난은 일제 침략, 지주와 자본가의 착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뿐만 아니라, 봉건적 남존여비사상에 얽매인 전통가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글을 배우고 사회에 눈을 떠야만 진정한 남녀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이와 같이 그들은 의식의 변화 및 감정의 풍파 등의 경험 속에서 부모, 형제, 남편, 친인척, 야학, 학교, 혁명지사, 진보적 서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혁명에 참가하게 된다. 조선족 여성 항일열사 중에는 전장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하여 전사한 여성들도 있는가 하면, 작식대, 재봉대, 의료대에서 활동함으로써 전투력을 재생산하는 임무를 완수한 여성들도 있다. 항일연군 제2군의 최희숙 등 8명의 재봉대원들은은 한 달 동안 600건 군복을 만들어내라는 긴급통지를 받고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삼림 속에 들어가 낡은 재봉기로 낮과 밤을 이어가며 끝내 한 달이 되기 전에 600건의 군복을 재봉하였고, 작식대 리신금 여전사 역시 한차례 습격에서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전우들이 한주일 굶은 상태에서 행군할 힘을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한주일이나 먹지 못했지만, 전우들을 위해 정신을 차리고 사처로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함으로써 전우들로 하여금 행군을 지속하도록 하였다(《연변녀성운동사》,1991). 특히 직접 전투에 참가한 조선족 항일 여전사들은 전장에서 남성전사 못지 않은 용맹함과 전투능력을 보이면서 전우를 엄호하기 위해, 당의 비밀을 엄수하기 위해, 적들을 소멸하기 위해 끝까지 싸웠다. 투쟁중 일본군 앞에서 당의 비밀을 엄수하기 위해 혀를 깨문 여전사들이 있는가 하면, 열 손톱을 입으로 물어뜯은 전사도 있고, 일본군에 의해 두 눈알이 빠져도 끝까지 투항하지 않은 여전사도 있다.
이처럼 그들의 항일에서의 행동은 대단히 용맹하고 헌신적 이였다. 때문에 현재까지 여러 자료와 회억록 등에서도 그들의 헌신정신과 용맹함에 대해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항일전장에서의 그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직면하고 또한 감당해야 할 고난과 고통에 대해 한번 짚어보도록 하자.
전장에서 그들은 신체적 조건의 취약함을 극복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생리적 고충, 생육의 고통도 극복해야 했다. 여성들에게 있어 전장에서의 가장 큰 고통은 달거리 임신과 해산 이였다. 달거리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임신하면 대개 작식대와 재봉대에 배치되는데, 임신해서도 그들은 대원들의 식량을 장만하고 해진 옷을 깁는 등 일에 종사하면서 쉴 새 없이 보내기가 일쑤다. 해산시의 조건도 말이 아니었다. 옥중 해산한 여전사가 몇몇 있는가 하면 해산시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고 젖도 나오지 않아 아이를 낳자마자 5일 만에 잃은 여전사도 있다. 이러한 견정한 혁명정신으로 인한 친육의 상실 뒤에 오는 고통은 그들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슬픔과 고통이었다. 또한 가정과 자식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도 견뎌내야 했다. 여전사들은 항일을 위해 전장에 나간 뒤, 대개 1년 내지 2년에 한번 남편과 상봉하거나 더욱 긴 경우도 있으며, 자식을 키울 수가 없어 다른 집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조선족 여전사들의 항일활동에 내포된 여성의 의미는 또한 무엇일가.
먼저, 여전사들은 확실히 항일운동을 통해 가정으로부터 사회로 진출했으며, 가정주부로부터 사회혁명가로의 신분전환을 실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항일운동에 참가하면서 그들은 남성과 똑같은 전사로서의 사회적 신분을 부여받음으로써 가정주부로부터 사회혁명가로의 역할 전환을 부분적으로 실현하였다. 그들은 전장에서 남성들과 똑같이 전투에 참가하면서 여러 가지 칭호와 명예를 가지게 되였다.
다음으로, 항일근거지에서 조선족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 되였다. 정치적으로 그들은 각급 당정기관의 중요한 직위 예하면, 부녀위원, 소비에트정부의 회장, 현아동국 국장, 부국장 등에 임용되어 정치방면에서 평등한 권리를 부여받음으로써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실현하였다. 경제방면에서도 남자와 똑같이 땅을 분배받음으로써 경제적 독립권을 향유하게 되였으며, 교육방면에서도 중점적으로 여성간부를 양성하는 원칙에 의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와 같이 그들은 조선족 여성 지도자들이였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아내, 어머니, 며느리, 전사, 부녀회원 등 다중 역할을 동시에 행사하는 행위주체였다.
요컨대, 여전사들의 평등을 실현하려는 의지에서 우리는 해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항일운동에 참가함으로써 해방을 실현하고자 하는 견강한 의지, 전쟁과정에서 들이닥친 모든 고난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또한 목숨도 아끼지 않는 헌신정신과 희생정신 등에서 우리는 그들의 평등과 해방을 실현하려는 철같이 강한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조선족 여전사들과 같이 빛을 보려는 의지, 그 의지만이 우리를 해방으로 이끌고, 미지의 세계, 창조적인 세계로 이끄는 통로이자 희망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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