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사랑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들이 수두룩하게 생겨날것인데 과연 우리 두 사람이 그런 난제들을 잘 풀어갈수 있을지도 고민이였다. 사랑도 사랑이겠지만 필경은 인생의 끝까지 갈수없는 사이인지라 살면서 나타나는 어려운 고비들을 재치있게 넘길수 있을까. 사랑은 랑만적이지만 현실은 랭정한 것이니깐.

첫번의 만남은 다음의 만남을 위한 시작이라고 하겠다. 어쨋든 그번의 만남이 있은 후로 그는 나한테 더욱더 살뜰하게 대해주었다. 핸드폰메세지는 전화통에 불이 달릴 지경으로 오갔다. 그는 자기의 일상을 시시콜콜 어느 한가지라도 빠뜨릴세라 나한테 문자로 보내주었다…
오늘은 무엇때문에 부장님께 혼났다는지, 퇴근길에 사과 네알을 샀는데 2000원이나 하더라는지, 월급이 나왔는데 다음에 만날때 맛잇는거 사주겠다는지 하는등 문자메세지를 하다가 그래도 성차지 않으면 아예 전화를 걸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시름을 놓았다.
그는 일요일을 격주로 쉬고 있었는데 쉬는 날이면 왕복 세시간씩 지하철을 타면서 나를 만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나… 너랑 같이 있고 싶다!>라고 말하는것이였다. 나는 뜬금없는 그의 말에 말끄러미 쳐다보면서 <우리 지금 같이 잇잼까?>라고 했다.
그는 자기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어이없다는듯이 피씩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이렇게 말고 너랑 같이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뭐든지 너랑 함께 하고 싶단 말이다.>
나는 뜻밖의 그의 제안에 뭐라고 딱히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낑낑거렸다.
<어…떻게 그렇게 함까? 누가 알게 되면 큰일 남다.>
그는 내 손을 꼬오옥 잡으면서 <어차피 너도 언니네 집에 쭈우욱 눌러있을수는 없는거 잖니? 갑작스럽겠지만 긍정적인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어 … 부부의 연을 못 맺는다해도 한국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너한테 잘해주고 싶고 후회없이 살아보고 싶어…> 라고 말하는것이였다. 너무도 솔직하고 절실한 고백에 잠시나마 이 남자라면 내 인생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솔찍히 언니네랑 같이 한집에 산다는게 불편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다른건 다 제쳐놓고라도 형부가 현장 쉬는 날이면 야근을 하고 낮잠을 자는 나때문에 낮이면 늘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술만 마셨다. 이것때문에 언니랑 형부가 다툰적도 있었다.
그리고 야근이라는것이 대낮에는 아무리 잠을 잔다고 해도 밤처럼 깊은 잠을 잘수가 없어서 지칠대로 지친 내 다크써클은 아닌게 아니라 무릎까지 내려오게 생겼다. 그래서 언니네 집에서 몇개월간 얹혀 살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도 좀 생겼던지라 사실은 나도 방을 얻어서 나갈 생각은 있었지만 남자랑은 절대 아니였다. 남자랑의 동거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였다. 그맘때쯤 연길에서 가깝게 지내던 언니가 자기랑 같이 지냈으면 하고 전화가 왔길래 그럴까 아니면 고시원으로 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중이였다. 혼자서 세방을 얻기보다 누군가랑 같이 있으면 다소 불편하긴 하겠지만 서로 의지가 되고 지출은 많이 줄일수 있을것 같았다.
나의 이런 생각을 그한테 말했더니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한식경이나 아무 말도 없었다.한참이나 애꿎은 담배연기만 내뿜던 그가 꾹 닫았던 입을 열었다.<비록 우리가 가깝게 만난 시간은 몇개월 안되지만 내 마음속엔 이미 니가 꽉 들어앉아서 누가 비집고 들어올수 없게 되였다. 근데 넌 아닌가보구나… 섭섭하다. 하지만 어쩌겠니? 니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어쩔수 없는거지. 그동안 내가 너한테 그만한 믿음을 주지 못한걸…> 그의 서운함이 가득 담긴 말을 들으면서 <아! 내가 너무 했나?>하는 자책감만 들기만 할뿐 다른 생각은 할수가 없었다.
<니가 그 언니랑 같이 살게 되면 앞으로 너를 만날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너랑 있으면 더없이 편하고 좋아. 나 진짜 너를 너무 사랑해...자는 시간 빼고 단 일초라도 니 생각 안해본적이 없어.다시 한번 잘 생각해주면 안되겠니?>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이 간절하다못해서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이 남자가 이렇듯 간절하게 날 원하는데 나는어떡해야하지?>를 수없이 되뇌이면서 도저히 갈피를 종잡을수 없어서 그냥 고개만 숙이고 손톱눈만 뜯고 앉아있었다. 나는 A형이라서 그런지 가끔은 이렇게 우유부단 할때가 있었다
그날 그는 나한테서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채 여름날 정오의 시든 화초마냥 추우욱 처져서 돌아갔다. 량쪽어깨가 축 처져서 지하철 플랫트홈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마음도 편치가 않았다.
련며칠 나는 잠을 설쳐가면서 고민을 하고 또 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좋아하고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는건 잠시적인것이다 라고 개인적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의 시작에는 사랑때문에 만났다하지만 살다보면 사랑보다 끈끈한건 정이다. 나중에는 그 정때문에 울고 불고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살다보면 사랑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들이 수두룩하게 생겨날것인데 과연 우리 두 사람이 그런 난제들을 잘 풀어갈수 있을지도 고민이였다. 사랑도 사랑이겠지만 필경은 인생의 끝까지 갈수없는 사이인지라 살면서 나타나는 어려운 고비들을 재치있게 넘길수 있을까. 사랑은 랑만적이지만 현실은 랭정한것이니깐.
그때쯤 그도 한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던지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였다. 짧은 경력이였지만 이혼사가 있었고 년로하신 어머님이 한국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계셨고 연길에 있는 막내 남동생네 애기 그 집안의 유일한 후손에게 다달이 우유도 보내줘야 했고(그때쯤 중국의 우유에서 멜라민논란이 일고 있었음)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도록 도박에 빠져서 땡전한푼 없는데다가 기계사고로 손을 다쳐서 놀고 있는 작은 동생의 생활비와 집세도 부담해야 하는 그런 처지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들노릇 형님노릇하느라 등허리가 휘여질 지경이였다. 그의 이 모든 상황이 나의 측은 지심 또 모성애비슷한 그 무엇을 자극하여 그를 더욱더 사랑하게 했을 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주린 배를 안고 출근하는 그를 위해서 따뜻한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고 싶어지고 양말 한짝이라도 내 손으로 손수 빨아주고 싶었다.
며칠동안 참기름 쥐여짜듯 고민고민을 하다가 그한테 문자를 날렸다.
<나 매일 해뜨는 아침을 자기랑 함께 맞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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