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한 슈퍼축구팬의 수기(1) - 허헌
머리말: 지금은 연변축구의 저조기이다. 말그대로 암울한 현실이다. 그라운드에서의 성적도 이상적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관중들한테서 표현되는 축구열기도 이전보다는 많은 식어있는 양상이다. 그제날 연변축구는 이렇지 않았다. 축구팬들도 이렇지 않았다. 중국의 200만 겨레와 함께 숨쉬고 있는 “동포투데이”는 금일부터 연변의 한 슈퍼축구팬의 수기를 여러 기에 나누어 연재하면서 연변축구의 그제날을 회고해보기로 하였다. 많은 축구팬들과 네티즌들의 동참을 바란다. 편집자
작자의 프로필

성명: 허헌, 길림성 용정시 출신
출생 연월일: 1957년 10월 3일
직업: 치과의사
피형 : B형
팬조직 직책: 원 연변 축구팬협회 부회장, 회장 역임
취미: 축구, 음악, 낚시
좋아하는 동물: 애완견, 고양이
축구, 축구가 뭐길래?…??
축구란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그 것은 가죽으로 만든 그닥 크지 않은 하나의 공을 갖고 두 팀이 내기를 하는 스포츠문화이다. 가죽으로 만든 공으로 게임을 하는 운동은 축구뿐이 아니다. 배구, 농구 그리고 수구…헌데 그 중 관중이 제일 많고 제일 사람의 가슴을 움켜잡게 하는 것이 왜 축구라 하는 걸까?
올해 내 나이 48살, 직업은 치과의사ㅡ 이젠 아이도 어느 정도 키웠고 생활상에서도 조금씩 여유가 생길 나이가 됐다. 뒤따라 과외생활취미를 키워보려고 했다. 매일 오전 근무만 끝내면 아내와 함께 노인활동실에 가서 화투놀이로 오후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근 2만위안어치에 달하는 어구들을 갖춰서는 낚시로 밤을 새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역시 후에 내가 취미를 붙인 축구팬 생활에는 비할 바가 못됐다.
격정이 넘치는 축구그라운드,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와 승전의 기쁨 및 패전의 애환 그 것은 내 가슴을 움켜잡기엔 너무나도 족했다. 나의 축구경력이라면 어릴 때 사람이 없어 임시 골키퍼로 참전하여 축구장 크로스바(球门)를 몇 번 지켜본 것이 고작, 또한 축구에 대한 이론도 없고 세계축구의 흐름새도 잘 모른다. 그 무슨 펠레, 마라도나와 현시대의 로날도, 지단, 피구 등 거물급스타도 나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내가 관심하는 건 곧바로 연변축구로서 우리 민족이 낳은 고종훈, 천학봉, 현춘호, 김청, 정림국, 최영철 등 연변출신 스타들로서 그네들 세계 수준급 스타들보다 더더욱 가슴에 와닿고 있다. 그래서 원 오동팀이 갑A탈락으로 팔려 갈 때 상품이 되어 떠나가는 우리의 선수들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고 암담한 연변축구 때문에 땅을 치며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변축구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이호은 감독이 이끄는 연변팀이 비록 “흑색의 3분” 때문에 갑급진출에 실패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변축구가 이젠 볼 장 다 봤다고 도리질하며 실망했지만 나는 분명 보았다. 정림국, 문호일, 한송봉, 윤광 등 선수들이 연변축구의 대들보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을 보았고 지난해 전국도시 운동회에서 축구로 우승한 주 체육운동학교팀의 새싹들이 우썩우썩 커가는 모습도 보았다.
그렇다. 올들어 연변세기팀의 활발하고 강해진 모습, 그 것은 2002년 월드컵 4강을 출연한 한국축구를 너무나도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활기차고 재빠른 몸놀림, 압박축구로 펼쳐지는 변선공격과 중앙선침투 그리고 키는 크지 않지만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오ㅡ 필승연변”이란 자신감 ㅡ 그 속에서 나는 분명 보았다. 이운재, 홍명보, 황선홍, 이천수, 박지성, 안정환, 유상철, 최진철, 송종국, 설기현, 이영표 등 선수들의 호화진영이 바뀌면서 클로즈업되어 연변의 윤광, 백승호, 한광화, 조명, 좌조개, 김청, 현춘호, 최영철, 문호일, 정림국, 김도 등으로 엇바뀌여지며 나타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어찌 그뿐이랴. 사나이다운 미남형 인물의 소유자 고훈 감독, 어디에서 넘어지면 곧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는 패기로 축구잔디밭에 귀가한 그가 지금까지 9경기에서 연전연승을 일궈냈다. 무승부도 없는 9연승, 8 : 0으로 대승하고 완승한 연변축구의 비범한 기록, 그가 손 한번 휘저으면 골 하나! 그의 지휘하에 연변의 마스타 정림국은 이미 올들어 두번이나 헤트트릭을 출연했고 연변팀 돌풍에 힘입어 18살 애숭이들인 최영철, 조명, 한청송 등 3명 스타가 국가청년팀 집중훈련 명단에도 선정됐다. 그렇다. 연변축구는 오늘 기적에 기적을 낳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연변축구의 또 하나의 풍경선은 한국의 “붉은 악마”와 너무나도 흡사한 축구팬대오라고. 1998년 원 오동팀이 “검은 호르래기”의 피해를 받았을 때 수천수만명 “연변악마”가 동원되어 그 “검은 호르래기”와 그 주인공을 성토했고 올들어서는 세기팀 연전연승엔 목이 터지도록 응원성세를 펼친 “연변악마”들, 축구, 축구가 과연 무엇이길래 유장춘 회장은 저 자신의 개인사업마저 팽개친채 세기팀 응원에 투신했고 고원철 부회장 또한 사업비자금마저 털어서는 팬협회 경비로 내놓았으며, 길가에서 “하루벌이”로 생존을 유지하는 삼륜차부마저도 승전의 순간엔 모든 생활고충을 잊고 북 치고 기발을 흔들며 세기팀 응원에 궐기해 나서는걸까?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축구가 뭐길래? 이에 대한 확답이란 아직 없다. 축구발전에 대한 이념과 추구 또한 같을 수 없다. 축구전문가, 축구선수와 축구팬들의 관점 또한 각양각색, 각자의 나름대로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연변인민은 축구를 떠날 수 없고 축구가 없는 연변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축구는 연변의 대명사이고 연변의 많은 것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08.02>
BEST 뉴스
-
미국, 이란 대표단 비자 거부… 2026 월드컵 조추첨 ‘정치 논란’ 확산
[동포투데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 행사가 개막도 전에 외교·정치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다음 달 5일 워싱턴에서 열릴 조추첨을 앞두고, 이란축구협회가 “미국이 대표단 주요 인사의 입국 비자를 거부했다”며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이란 “핵심 배제한 채 일부만 허가… 사실상 모욕” 이란축... -
중국 슈퍼리그 ‘충격의 부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최하위 3자리 모두 중국 구단 차지
[동포투데이]25일 밤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엘리트리그 동아시아지역 5라운드에서 중국 슈퍼리그(CL) 구단들이 나란히 고전했다. 청두 룽청은 홈에서 일본 J리그의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1-1로 비겼고, 상하이 하이강은 서울FC에 1-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하이강·상하이 선화·청두 룽청 등 중슈퍼 3개... -
평양 거리 열광, 북한 U-17 여자축구 7전 전승 우승
[동포투데이]평양 시내 광장이 초겨울 추위를 잊게 할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대형 화면 앞에 모여 북한 U-17 여자축구팀의 결승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종료와 함께 박수와 환호가 거리를 뒤흔들었다. 북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7전 전승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성과를 거뒀다. 조별리... -
U-22 한국, 중국에 0-2…전력 공백 드러나며 완패
[동포투데이]한국 U-22 대표팀이 ‘2025 판다컵(熊猫杯)’ 2차전에서 중국에 0-2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불과 사흘 전 베트남을 상대로도 고전했던 중국이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자 전혀 다른 전력을 보여준 반면, 한국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주며 힘겨운 90분을 보냈다. 경기 초반부터 분... -
상하이 하이강, 다롄 잉보 꺾고 슈퍼리그 3연패 완성
[동포투데이]상하이 하이강이 가브리엘의 초반 한 방을 끝까지 지켜내며 중국 축구 슈퍼리그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25시즌 중국 축구 슈퍼리그 최종전이 열린 22일, 하이강은 원정에서 다롄 잉보를 1대0으로 제압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나온 가브리엘의 단독 돌파 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
U17 아시아컵 예선 중국 5전 전승… 42득점·0실점으로 본선 진출
[동포투데이]중국 U17 대표팀이 2026년 AFC U17 아시아컵 예선 A조 최종전에서 방글라데시를 4대0으로 완파하며 5전 전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중국은 이번 예선에서 42골을 넣고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경기는 11월 30일 중국 충칭에서 열렸다. 중국은 전반 8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