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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비축유 풀라 압박, 유럽은 난색…동맹 사이에 번진 에너지 갈등

  • 화영 기자
  • 입력 2026.10.0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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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국기를 배경으로 석유 저장시설과 유조선이 보인다. 미국의 비축유 방출 압박과 경유 공급 문제를 둘러싼 미·유럽 간 갈등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유럽에 비상 석유 비축분을 풀라고 압박하면서 대서양 양안의 갈등이 에너지 문제로 번졌다. 중동 전쟁으로 경유 가격이 치솟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와 독일에 비축유 방출을 요구했다. 응하지 않으면 미국산 경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유럽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요구다.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을 중단한 뒤 미국산 경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란 전쟁으로 중동 공급망마저 불안해졌다. 미국이 수출을 막으면 유럽의 운송업과 산업 현장에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워싱턴이 서두르는 데는 미국 국내 사정도 있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연료 가격이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유는 화물차와 농기계, 난방 등에 쓰이는 만큼 가격 상승이 생활비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압박 끝에 주요 7개국(G7)은 지난 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4개월 동안 원유와 석유제품 1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초기 20일에는 경유 방출을 앞당기고 회원국 사이의 에너지 수출 제한도 피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불씨는 남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일 이번 1억 배럴이 지난 3월 약속한 4억 배럴 가운데 아직 방출하지 않은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축유를 추가로 내놓는 결정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럽 경유 선물가격은 이날 한때 8%까지 뛰었다. 공급 확대를 기대했던 시장이 실제 방출 규모를 확인한 뒤 다시 불안해진 셈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비축유 방출에 신중한 이유도 있다. 비상 재고는 공급이 끊겼을 때를 대비한 마지막 안전장치다. 중동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둘러 재고를 줄였다가 더 큰 공급 차질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역시 유럽에 협조를 요구할 명분은 있다. 국제유가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안정시키기 어렵고, 주요 소비국들이 함께 움직여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제한 가능성을 앞세운 방식은 동맹국 사이의 불신을 키웠다.


이번 갈등은 유럽이 처한 에너지 현실도 드러냈다. 러시아산 연료를 줄이는 과정에서 미국산 수입이 늘었지만, 공급처를 바꿨다고 에너지 안보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국내 정치와 수출정책 변화가 유럽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남아 있다.


G7 합의로 당장의 수출 제한 우려는 누그러졌지만 경유 부족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유럽은 비축분을 얼마나 더 내놓을지, 미국은 공급 확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판단해야 한다. 중동의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양측의 이해관계는 다시 충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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