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길 하나가 다시 열렸다.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원유 선적이 재개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지 않고 사우디 동부의 원유를 밖으로 빼낼 수 있는 길이다.
얀부까지 원유를 보내는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까지 약 1,200㎞를 가로지른다. 페르시아만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기존 해상 수송과 달리 원유를 육로로 홍해까지 옮길 수 있다.
송유관은 지난 11일 드론 공격을 받은 뒤 멈췄다.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22일부터 원유 수송이 다시 시작됐고 얀부항에서도 선적이 재개됐다. 사우디 아람코는 고객들에게 10월 얀부 선적 일정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바다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위성사진과 선박 추적 자료를 보면 최근 얀부와 인근 터미널에서 원유와 석유제품을 싣는 유조선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아직 공격 이전 수준은 아니다. 최근 얀부의 원유 선적량은 하루 약 200만 배럴로 추산된다. 동서 송유관을 통해 이동하는 물량도 하루 265만 배럴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격 전에는 약 550만 배럴이 이 길을 이용했다.
얀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호르무즈에 있다. 중동에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원유 상당량이 이 좁은 해협을 지난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유조선 운항이 줄고 보험료와 운임이 뛰면서 국제유가까지 영향을 받는다.
사우디는 호르무즈가 막히거나 통항이 어려워질 때 동부에서 생산한 원유 일부를 얀부 쪽으로 돌릴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푸자이라항을 이용해 호르무즈를 우회한다. 중동 산유국들이 오래전부터 바다 밖의 다른 길을 만들어온 이유다.
그렇다고 얀부가 호르무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송유관으로 옮길 수 있는 양부터 제한돼 있다. 항만 처리 능력과 유조선 확보도 따라줘야 한다. 지금처럼 얀부 선적이 공격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에도 직접 닿는 문제다.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에서 많은 원유를 들여오는 만큼 호르무즈의 불안은 운임과 보험료, 원유 도입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얀부를 통한 수출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충격을 덜어낼 여지가 생긴다.
일단 길은 다시 열렸다. 이제 중요한 건 얀부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원유가 나가느냐다. 공격 전 물량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따라 이번 재가동의 무게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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