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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달러 문 연 미중…반도체·전기차·배터리는 그대로

  • 허훈 기자
  • 입력 2026.09.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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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걸어둔 관세를 일부 걷어내기로 했다. 양쪽을 합쳐 약 600억 달러 규모다. 하지만 목록을 들여다보면 미·중이 어디까지 물러섰는지도 보인다. 생활용품과 농산물에서는 길을 열었지만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는 건드리지 않았다. 미국 농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대두도 빠졌다.


이번 조치는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경제·무역 협상의 첫 구체적인 결과다. 미·중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무역이사회(Board of Trade)를 설치하기로 했고, 9월 20~23일 뉴욕과 워싱턴에서 열린 제8차 경제무역 협의에서 운영 방식과 관세 인하 규모, 대상 품목을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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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이 약 6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에 합의했지만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전략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미·중 무역과 주요 교역 품목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중국 상무부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양국은 2024년 교역액을 기준으로 각각 약 300억 달러어치의 상대국 상품을 골랐다. 새로 6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기존 수입품 가운데 추가 관세를 낮출 대상을 추린 것이다.


중국은 미국산 1,619개 품목을 목록에 올렸다. 옥수수와 밀, 수수, 육류, 유제품, 식물성 기름과 사료, 수산물, 목재, 화장품, 의료기기 등이 포함됐다. 농산물만 2024년 교역액 기준 약 170억 달러 규모다.


미국은 중국산 77개 품목군을 선정했다. 완구와 커피메이커·토스터 같은 소형가전, 식기, 침구, 유아용 카시트,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 생활 소비재가 많다. 대상 상품 대부분은 양국이 추가로 부과했던 관세를 없애고 최혜국대우(MFN) 세율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양쪽 모두 300억 달러지만 무게는 같지 않다. USTR에 따르면 중국이 관세를 낮추기로 한 상품은 미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약 30%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관세전쟁이 크게 후퇴한 것은 아니다. Capital Economics는 이번 조치가 시행돼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약 22%에서 20.5% 수준으로 내려가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시작 전 약 11%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빠진 품목을 보면 양국의 경계선은 더 뚜렷하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는 이번 관세 인하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중이 첨단기술과 제조업 주도권을 놓고 맞붙어온 분야다. 완구와 가전, 일부 농산물에서는 부담을 낮췄지만 전략산업을 둘러싼 장벽은 남겨뒀다.


대두도 빠졌다. 중국은 옥수수와 밀, 수수뿐 아니라 대두유와 대두박까지 목록에 넣으면서 정작 대두 자체에는 손대지 않았다. 미국산 대두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그대로 남는다.


2025년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액은 약 162억 달러였다. 미국대두협회는 이번 발표에 실망감을 나타냈고, 발표 직후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대두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그렇다고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가 끊긴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영 곡물기업 시노그레인과 COFCO는 이미 미국산 대두 1,200만t 이상을 사들였다. 미국 백악관이 밝힌 중국의 연간 구매 약속 2,500만t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다만 중국 정부는 연간 2,500만t이라는 구매 목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석탄은 대두와 달랐다. 중국은 미국산 석탄을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2027년과 2028년 미국산 석탄 수입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산 LNG와 원유는 목록에서 빠졌다.


관세가 당장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필요한 국내 법적 절차를 거친 뒤 동시에 시행하기로 했다. 향후 협의를 통해 대상 목록을 조정할 수 있으며 변경은 통상 연 1회 이하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창구도 넓어진다. 무역이사회와 별도로 미·중 투자이사회(Board of Investment)를 설치해 투자 기회와 시장 진입 장벽 등을 논의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별도 워킹그룹을 가동해 올해 말 이전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쪽에서는 관세를 낮추지만 새로운 관세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16개 교역 상대의 산업 과잉생산 능력 문제를 놓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미·중 무역 휴전 시한은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됐다. 그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품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가 관심사다.


이번 합의에서 두 나라는 먼저 풀 수 있는 품목부터 손을 댔다. 중국산 생활용품과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 부담은 낮추면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는 남겼다. 중국 역시 미국산 석탄에는 문을 열었지만 대두와 LNG·원유는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인하는 미·중 무역관계의 변화임은 분명하다. 다만 두 나라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어온 품목은 그대로 남았다. 관세전쟁의 종식보다는 충돌할 곳과 타협할 곳을 나눠 협상을 이어가는 단계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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