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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의 대가는 누가 치르나…미국 가정 부담 늘고 동맹국 선택권 좁아져

  • 김동욱 기자
  • 입력 2026.09.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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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러시아·대이란 제재와 고율 관세가 미국 가계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동맹국의 무역 선택권까지 좁힐 수 있다는 우려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제재를 둘러싼 국제 통상 갈등이 한층 심각해질 가능성을 담았다. 실제 사건 현장 사진은 아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현지 시간 9월 16일, 미국 하원은 찬성 262표, 반대 159표로 ‘2026년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앞서 8월 7일 찬성 86표, 반대 11표로 법안을 처리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8일 서명했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 5곳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러나 ‘러시아 제재’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 법의 비용이 결국 미국 가정과 동맹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의 본질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관세를 세관에 직접 납부하는 주체는 수출국이 아니라 미국의 수입업체다. 이 비용이 상품 가격에 반영되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 내에서 이 ‘관세 카드’가 미국 경제를 먼저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세금재단(Tax Foundation)은 2025년 시행된 관세가 미국 가구에 평균 약 1,000달러의 추가 세 부담을 안긴 것으로 추산했다. 케이토연구소는 이번 법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주요 구매국 5곳에 최고 세율이 적용되고 2025년 수입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추가 관세 규모가 최대 4,08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비용의 전가율에 따라 미국 가구가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약 1,605~3,028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법의 보다 근본적인 논란은 미국 국내법의 영향력이 제3국의 경제·무역 행위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은 자국 시장에 대한 관세 권한을 이용해 러시아와 거래하는 다른 나라의 선택에도 사실상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이미 제재와 수출통제를 통해 해외 기업과 거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러한 방식은 국제사회에서 일방적 제재와 역외 적용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왔다.


이번 법에도 일정한 면제 조항은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15% 미만이면서 구매량을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는 국가는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실제 적용 과정이다. 어떤 국가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충분히 줄이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행위가 제재 회피를 돕는 것으로 판단될지는 미국 행정부의 결정에 상당 부분 좌우될 수 있다. 동맹국 입장에서는 면제 조항이 있더라도 미국의 정책 방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논란은 에너지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의회에서 추진되는 MATCH 법안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관련한 수출통제를 동맹국과 보다 강하게 맞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 측에 이 법안의 역외 적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각국이 자국의 수출통제 법률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덜란드의 사례는 미국과 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과 무역정책의 자율성을 지켜야 하는 동맹국의 고민을 보여준다. 오늘은 러시아 에너지지만 내일은 중국 반도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준과 스위치를 워싱턴이 쥐는 구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하나의 법이 미국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안길 가능성을 키우면서 동시에 동맹국의 무역 선택에도 압력을 가한다면 그 효과는 단순한 러시아 제재에 머물지 않는다. 제재라는 수단을 통해 ‘누가 누구와 거래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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