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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싫다”가 폭력이 되는 사회…혐오를 키운 건 누구인가

  • 안대주 기자
  • 입력 2026.05.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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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사건은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다. “중국인이 싫다”는 말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졌다. 이것을 여전히 ‘술 취한 개인의 일탈’로 축소한다면, 한국 사회는 스스로 눈을 가리는 것이다.


2일 연합뉴스 보도와 청주지방법원 판결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이유 없는 폭력, 관계 없는 대상, 그리고 분명한 혐오 동기. 이것은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중국인이 싫다.” 이 말은 생각이 아니다. 이 말은 행동의 전조다. 그리고 지금, 그 전조는 현실이 됐다. 특정 국적을 이유로 공격해도 된다는 인식이 작동하는 순간, 그 사회의 안전은 이미 무너진 것이다.


문제는 이 혐오가 어디에서 비롯됐느냐이다.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오랫동안 외국인, 특히 중국인을 향한 적대적 언어가 아무렇지 않게 소비돼 왔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조롱과 비하가 일상처럼 반복됐고, 일부 정치적 언어는 이를 자극하고 증폭시켰다. 혐오는 금기가 아니라 ‘콘텐츠’가 됐다.


여기에 국제 정세까지 겹쳤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동맹·안보 프레임이 국내 여론과 결합되며,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감정적으로 소비되는 흐름이 강화됐다. 외교적 경쟁은 냉정하게 다뤄져야 할 영역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그대로 일상 감정으로 번역해 버렸다. 그 결과는 단순하다. ‘국가 간 갈등’이 ‘사람에 대한 혐오’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도 반복된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술을 마셔서 그랬다”는 설명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가장 쉬운 방식이다. 그러나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혐오가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묵인되고, 때로는 소비되면서 축적된 결과다.


더 위험한 것은, 이 혐오가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불안과 경쟁, 사회적 불만이 쌓일수록 일부는 그 분노를 외부로 돌린다. 그리고 외국인, 특히 특정 국적은 가장 손쉬운 표적이 된다. 국적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지만, 공격의 이유로는 충분한 조건이 되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혐오 정치의 전형적인 작동 방식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적대 구도로 치환하고, 불만을 특정 집단에 투사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혐오는 점점 ‘정상적인 감정’처럼 포장된다. 지금 한국 사회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모든 한국 사회를 이렇게 규정할 수는 없다. 다수의 시민은 여전히 타인을 존중하고 공존을 지지한다. 그러나 사회의 수준은 다수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이 얼마나 안전한가’로 판단된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으로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위험 신호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집행유예는 법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메시지로 충분한가. 혐오를 동기로 한 폭력이 ‘그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남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사건의 씨앗이 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혐오를 어디까지 방치할 것인가.


혐오는 생각에서 끝나지 않는다.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결국 범죄가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언제나 가장 약한 쪽으로 향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석이 아니라, 분명한 선이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받지 않는 사회, 그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번영과 성장도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지금 이 사건을 ‘하나의 뉴스’로 넘긴다면, 다음은 더 나빠질 것이다. 혐오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사회가 멈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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