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협 통행 유지해야”… 中, 통항 정상화 외교 압박 강화 가능성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이란 국적 화물선을 나포한 사건을 계기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이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통행’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외교적 메시지를 내놨다.
중국에서 출발해 이란으로 향하던 컨테이너선 ‘투스카(Touska)’호가 미군에 의해 억류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측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 통행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공개 발언에서 해당 해협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군은 4월 19일 아라비아해 북부에서 이란 국기를 단 투스카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군 측은 해당 선박이 이란 항구로 향하던 중 해상 봉쇄를 위반했으며, 반복된 경고에도 응하지 않자 기관부를 향해 사격한 뒤 승선해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선박의 적재 화물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투스카호에는 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군민 겸용(dual-use)’ 물자가 실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중국이 외교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이란 국영 해운사 계열 소속으로, 지난달 중국 장쑤성 타이창과 광둥성 주하이 항만에서 화물을 실은 뒤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란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보도는 주하이 가오란항이 미사일 고체연료 원료로 쓰이는 화학 물질 취급 항만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중국 정부는 선박 화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선박에 대한 강제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면서도 “악의적 연관 짓기와 과도한 해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중국의 중동 외교 행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해당 선박이 군사용 물자를 운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중국에도 일정한 외교적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며 “중국 항만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거리를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중국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이란 간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협 통항 문제는 비교적 현실적인 외교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 양측에 동시에 신호를 보내는 성격이 있다”며 “중국이 갈등 관리 국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에너지 수급과 경제 안정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면서, 사태 확산을 억제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화물선 나포 사건이 단발성 충돌로 끝날지, 아니면 해상 통제와 에너지 수송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을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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