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거론하는 돌발 발언을 하며 외교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시간 3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포옹과 환담을 나누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기자 질의응답 과정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일본 기자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왜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우리가 원한 것은 기습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기습이라면 일본보다 더 잘 아는 나라가 있느냐”며 “진주만 때는 왜 나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말해 현장을 웃음과 당혹감으로 동시에 몰아넣었다. 그는 “당신들은 기습을 신봉해왔다”며 “이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더 뛰어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나오자 회담장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옆에 앉아 있던 다카이치 총리는 즉각 굳은 표정을 보였다. 미소가 사라지고 눈을 크게 뜬 채 몸을 움찔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파격적인 외교 스타일을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미군의 이란 공습을 과거 일본의 진주만 기습과 직접 비교했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는 외교 관례와 규범을 무시하는 그의 일관된 행보가 재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진주만 공격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의 미 해군 기지를 기습 공격해 약 2,39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다음 날 미국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날을 “영원히 치욕으로 남을 날”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고, 전쟁은 종결됐다. 전후 미국은 일본을 점령하며 평화헌법을 도입해 군사력을 제한했고, 일본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냉전 이후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진주만 공격을 ‘비극적 역사’로 재해석하며 비판 수위를 낮춰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이러한 외교적 관례를 정면으로 깬 사례라고 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레야 솔리스 소장은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 지도자와 함께할 때 진주만을 장황하게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다”며 “이번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방문의 목적은 미·일 간 결속을 강조하는 데 있었지 과거 전쟁을 소환하는 데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 외교 방식이 동맹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미·일 관계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역사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양국 간 미묘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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