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의회에서 중국의 제약산업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경계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반도체·희토류·전기차에 이어 의약품 공급망에서도 중국이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주장이 공개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현지시간 18일 미국 연방 하원 산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과학 실험실에서 가정의 약상자까지, 중국은 어떻게 미국 의약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미국 제약 공급망의 대중 의존 문제를 집중 점검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닐 던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중국은 오랜 기간 준비된 전략 아래 제약 공급망 상류로 이동하고 있다”며 “희토류, 반도체, 전기차 산업에서 사용했던 방식과 동일한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희토류,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산업에서 보조금을 통해 절대적 지배력을 확보했고, 공급망 전체를 따라 올라가며 결국 산업 전반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같은 공화당 소속의 재크 넌 의원도 “중국이 특정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반도체든 혁신기술이든 핵심 광물이든 항상 불공정한 우위를 확보해 왔다”며 “의료와 바이오 분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원장인 존 물레나르 역시 “미국인이 매일 사용하는 복제약 공급부터 향후 수십 년 의학 주도권을 좌우할 첨단 바이오기술까지 중국이 의약품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의회 내에서는 경계론과 함께 규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물레나르 의원은 올해 1월 미국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제약기업의 미국 의료기기 기업 패스트웨이브 메디컬 투자에 대해 외국인투자심의 강화를 요구했다.
패스트웨이브 메디컬은 레이저 기반 혈관내 쇄석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물레나르 의원은 해당 투자가 미국 국가안보와 의료혁신 역량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중국 의존 심화의 책임 일부가 미국 내부 정책에도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민주당 간사인 로 카나 의원은 “제약 생산과 신약 개발은 장기 투자와 안정적 산업정책이 필요한데, 현 행정부의 연구기관 예산 삭감이 미국 제약 경쟁력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제약산업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UBS는 2030년까지 중국 의약품 및 의료기기 산업 매출이 2조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이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의 중국산 원료의약품(API) 의존도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마르타 보신스카는 “일부 자료는 미국 의약품 내 중국산 원료 비중을 8%로, 일부는 90%로 추정하지만 실제로는 약 25% 수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항생제 분야는 다른 약품보다 중국 의존 위험이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문회는 희토류·배터리·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공급망까지 미중 전략 경쟁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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