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태국에서 고속열차를 덮친 공사 크레인 붕괴 사고로 수십 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태국 정부는 사고 책임이 있는 시공사와 감독 당국에 대해 형사·민사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며, 반복적으로 안전사고를 일으킨 업체에 대한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까지 거론했다.
태국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은 15일 밤(현지시간) 철도 사고 현장이 있는 나콘랏차시마주(코랏) 시키우현을 긴급 방문했다. 사고는 이날 오전 9시 5분쯤 방콕에서 우본라차타니로 향하던 특급 열차가 시속 약 120㎞로 주행하던 중, 고가철도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거더를 들어 올리던 크레인이 붕괴되며 발생했다. 떨어진 구조물이 열차를 직격했고, 최소 2~3량이 탈선·화재로 이어지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났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오후 5시 20분 기준 사망자는 32명으로 집계됐고, 실종 3명, 부상자는 64명(중상 7명 포함)으로 파악됐다. 이후 부상자는 67명으로 늘었다. 승객과 승무원은 약 200명 안팎이었다. 피해는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2호차에 집중됐으며, 밀폐형 냉방 차량 구조상 연기와 화염이 급속히 퍼져 탈출이 어려웠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아누틴 총리는 현장에서 “이 프로젝트의 일부 시공사는 과거에도 최대 100명의 사망자를 낸 방콕 짜뚜짝 감사원 청사 붕괴 사고에 연루된 바 있다”며 “왜 이런 업체가 국가 기간사업에 다시 참여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유가족 보상안도 “초기 제시된 4만 밧은 터무니없이 적다”며 가구당 수백만 밧 수준으로 대폭 상향할 것을 지시했고,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태국국가철도청(SRT) 수장의 거취 문제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열차 통과 중 공사 금지” 규정 무시 의혹
교통부와 철도당국의 초기 조사에서는 중대한 안전 규정 위반 정황이 드러났다. 철도교통국은 “열차가 통과하는 시간대에는 상부 공사를 금지하도록 돼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크레인의 안전·보험 시스템에도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고에 사용된 장비는 교량 가설용 특수 크레인으로, 해당 구간의 단독 시공사인 이탈리안-타이 개발 소유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성명을 내 “희생자와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 치료와 보상에 협조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노선 7일간 전면 통제…형사·민사 책임 병행 검토
사고 직후 철도 노선은 7일간 전면 폐쇄됐고, 현장 정리와 구조물 안전 점검이 진행 중이다. 방콕–우본라차타니 특급열차 등 다수 노선이 무기한 중단·조정됐다. 교통부는 15일 내 상세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크레인 조작자와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며, 고의성·과실 여부를 포함해 개인과 법인 모두에 대한 형사·민사 책임을 병행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정식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다”며 증거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총사업비 약 1조7900억 밧 규모의 태국 고속철도 사업은 2017년 이후 수차례 지연과 비용 증가를 겪어 왔고, 일부 구간에서 안전 사고가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아누틴 총리는 “책임 규명은 신속해야 하며, 유가족이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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