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미 백악관이 4일 밤늦게 공개한 신판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국제 외교·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핵심 국익’을 내세우며 서반구를 절대적 우선순위에 올리고, 유럽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테러 위협은 대폭 축소해 평가했다. 또 아태 지역에서는 “고강도이되 통제 가능한 경쟁”을 유지하겠다고 못 박으며, 미국의 외교적 약속과 국내 역량의 균형 재조정을 선언했다.
보고서는 총 33쪽 분량이다. 어떤 전략 변화가 담겼는지, 미국의 글로벌 군사 배치가 어떻게 흔들릴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그리는 세계관이 무엇인지 분석이 쏟아진다.
트럼프, ‘먼로주의’에 새 각주 달다… 서반구 개입 ‘정당화’
1823년 먼로 독트린이 발표된 이래 미국은 늘 “서반구는 미국의 영향권”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더 노골적이다.
백악관은 이를 ‘트럼프 추론(Trump Corollary)’으로 명명하며, 먼로주의의 “새 시대 버전”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서반구를 미국 국경안보·핵심 공급망·지정학 경쟁의 최전선으로 묘사하면서 대규모 이민 유입의 사전 차단△ 필요 시 “치명적 무력 사용”을 통한 마약 카르텔 타격△“적대적 외국세력”의 서반구 전략자산 장악 차단△미군의 중남미 주둔 확대 및 전략 통로 개설△대외원조·무역을 중남미 국가와의 관계 평가에 연계 등 목표를 적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개입권을 대놓고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가 ‘비간섭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간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정치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격화된 가운데, 미국 대서양위원회는 “카리브해에 대한 미군의 대규모 배치는 일시적 조치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최종 목표는 마두로 정권의 교체”라고 해석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 비중 축소… 美 군사재배치 본격화
미국은 서반구 우선 전략을 이유로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재조정하겠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특정 지역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럽·중동·아프리카의 우선순위가 뚜렷하게 떨어졌다”고 진단한다.
보고서가 그리는 미국의 군사·안보 재편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글로벌 부담 축소. 미국은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를 강하게 비난하며 각 지역 방위의 책임을 해당 국가로 떠넘긴다. 동시에 ‘영구전쟁’을 피하고 지역분쟁이 대륙·세계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다. 테러 위협 역시 “과거만큼의 중대성이 없다”며 사실상 비중을 낮췄다.
둘째, 러시아와의 “전략 안정 복원” 시도. 보고서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우크라이나 위기 조기 종식”을 들며, 유럽이 이를 방해해왔다고 직격했다. 또한 NATO의 지속적 확장을 막고 “향후 대서양 동맹의 신뢰성도 장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셋째, 경제·안보 일체화 전략. 보고서는 ‘재산업화’, ‘국방산업기반 복원’을 강조하며, 미국이 AI·양자컴퓨팅·슈퍼컴퓨팅 등에서 절대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한 핵심 광물 확보망 확장, 에너지 패권 강화, 금융 지배력 유지 등을 요구하며 “미국의 공급망이 타국에 종속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동의 비중 축소도 선언했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카토연구소는 “미국은 여전히 중동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며 “트럼프가 정말로 중동 전략을 바꿀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반이민·반글로벌리즘 색채 뚜렷… 유럽엔 노골적 압박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요지는 단 하나,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이 당면한 경제·사회적 위기를 “이민 탓”으로 돌리며, 대규모 이민이 “전통 강대국의 문화·경제적 주도권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기술 인력 유치에 대해서도 “미국 노동자를 해치는 구실”이라며 사실상 문호 폐쇄 방침을 드러냈다. 유럽에 대해서는 표현이 더욱 거칠다. 보고서는 이민 문제, 경제 침체, EU 규제, 저출산 등을 이유로 유럽이 ‘문명적 쇠퇴’의 길로 가고 있다고 단언하며, 미국이 “유럽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유럽 각국 내부에 현재의 진로에 반대하는 세력을 육성할 것”이라는 문장까지 포함됐다.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는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우선시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쟁연구(War on the Rocks)’ 사이트는 “미국의 안보관이 과거보다 훨씬 내향적·배타적”이라고 직격했다.
겉으론 ‘책임 축소’, 실제론 ‘강대국 견제’ 강화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세계 질서를 혼자 떠받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도 너무 강해져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
“다른 국가가 세계 또는 지역의 패권을 쥐는 것 역시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사실상 세계 강대국 간의 구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다. 보고서는 “강국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힘에 의한 평화’라는 구두선을 다시 들고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보고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을 국제사회에 강하게 주입하려는 문서”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권력 과시에 가까운 노골적인 선언문”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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