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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간 사랑한 그녀는 조카였다”…40대 남성의 황당한 ‘가짜 연애 사기극’

  • 화영 기자
  • 입력 2025.11.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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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열 달 동안 연애했는데 아직 한 번도 얼굴을 못 봤습니다. 혹시 저, 여자친구한테 속은 걸까요?”

한겨울, 산시(山西)성 윈청(运城)시 완룽현(万荣县) 농촌의 한 파출소. 중년 남성 A씨(가명)가 불안한 표정으로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그는 ‘온라인으로 사귄 여자친구’가 최근 연락을 끊었다며 “혹시 사기당한 건 아닌지 상담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 속 메시지와 송금 내역을 확인하자, 정황은 단번에 수상하게 드러났다. 피해자는 열 달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연인’에게 총 16만 위안(약 3,000만 원)을 송금했다. 상대는 늘 “아이 병원비가 급하다”, “사업 자금이 막혔다”, “카드가 잠겼다”는 이유를 댔다. 통화나 영상통화를 요구하면 회피하고, “다음 주엔 꼭 보자”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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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곧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여자친구’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의 위챗(중국 메신저) 계정은 이미 사망한 70대 여성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 계정의 송금 내역을 추적한 결과, 피해자가 보낸 돈은 즉시 또 다른 위챗 계정으로 이체되고 있었다. 그 계정의 이름은 “깡즈(刚子)” — 바로 피해자의 조카였다.


조카가 꾸민 ‘3인극’…삼촌은 사랑이라 믿었다


수사 결과, 이 황당한 ‘온라인 연애극’의 배후는 피해자의 친조카 쟌모강(昝某刚·가명)이었다.


10개월 전,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쟌씨는 홀로 지내던 40대 삼촌에게 “좋은 사람을 알고 있다”며 ‘림펀(临汾)’ 지역의 여성 량모이(梁某宜)를 소개했다.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에 삼촌은 마음을 열었고, 두 사람은 위챗 친구로 연결됐다.


이후 두 사람은 매일 대화를 나누며 급속히 가까워졌다. ‘량씨’는 아침마다 “좋은 꿈 꿨어요?”, “보고 싶어요, 당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때로는 아이의 사진과 음성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피해자는 “진짜로 내 인생의 반쪽을 만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조카 쟌씨의 치밀한 연기였다. 그는 직접 여러 개의 휴대폰과 계정을 만들어 ‘여친’ 량씨뿐 아니라 ‘사업 파트너’, ‘아이의 담임교사’ 등의 인물까지 연기했다. ‘사업이 막혔다’며 돈을 요구할 때는 ‘파트너’ 계정으로 등장해 “그녀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며 신뢰를 쌓았고, ‘아이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할 때는 ‘의사’로 변신해 영수증 사진까지 조작했다.


피해자는 의심은커녕 “이 여자를 꼭 지켜줘야 한다”고 다짐하며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삼촌은 외로웠고, 조카는 그걸 이용했다”


완룽현 공안국 형사대대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정교한 ‘감정 설계’였다”고 지적했다.


조카는 삼촌이 이혼 후 홀로 지내며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결핍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성을 ‘이혼 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 설정해 피해자의 감정적 공감대를 자극했다. “우리 둘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야”라는 말은 피해자의 마음을 완전히 열게 만들었다.


이후 쟌씨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애정 섞인 메시지를 보내며 신뢰를 쌓았고, “내가 힘든 상황이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는 말로 금전적 지원을 유도했다.


그는 심지어 ‘녀석(아이)’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급히 돈을 요구했고, 피해자는 새벽에 은행으로 달려가 3만 위안을 송금했다. 다음 날, 량씨는 “정말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아이가 무사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는 눈물을 흘리며 휴대폰을 꼭 끌어안았다고 한다.


“영화보다 치밀한 사기극”…AI·가짜 신분·감정 조작까지


경찰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금전사기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있는 ‘극본형 범죄’였다”고 밝혔다.


쟌씨는 피해자의 반응을 분석하며 대화 패턴을 세밀히 설계했다. 때로는 ‘의심이 생길 때쯤’ 다른 인물 계정을 등장시켜 피해자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등, 수법은 영화 못지않게 정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처럼 ‘지인을 가장하거나 가족을 이용한 감정형 사기’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AI 음성 합성, 얼굴 합성 등 신기술이 범죄에 활용되면서, 피해자들이 더 쉽게 속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애하기 전에 신원 확인, 돈 얘기 나오면 즉시 멈춰라”


운성시 완룽현 공안국 선전과 과장 펑리쥔(冯利军)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신원 확인과 금전 관리”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연애 상대가 만남을 미루거나, 자꾸 돈 얘기를 꺼낸다면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송금은 반드시 은행 계좌를 통해 기록을 남기고, 위챗 송금은 피하세요.”


법률 전문가 자오잔링(赵占领) 변호사 역시 “허위 신분으로 연애를 가장해 금전을 편취한 경우, 이는 민사상의 ‘증여’가 아닌 명백한 형사사기”라며 “대화 내역과 송금 기록을 증거로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끄러워 말고, 즉시 신고를”


경찰은 “사람을 가장한 사기 수법은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 목적은 돈”이라며 “피해를 입었다면 숨기거나 참지 말고 즉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진짜 사랑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연애 전에 신원을 확인하고, 돈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멈춰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라, 외로움과 신뢰를 악용한 인간 관계의 비극이었다.

가장 믿었던 가족이 꾸민 함정 속에서, 피해자는 사랑이 아니라 배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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