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베이징 시내와 각 지방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현대차 ‘쏘나타’나 기아 ‘K5’를 쉽게 볼 수 있었다. 2016년 당시 한국차는 중국 시장에서 연간 180만 대 가까이 팔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23년에는 그 수치가 30만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불과 몇 년 사이 벌어진 급격한 하락이다.
일각에서는 ‘사드(THAAD) 사태’ 이후의 정치적 여파를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제품 경쟁력, 브랜드 전략, 시장 대응 능력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차가 한때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요인은 ‘가성비’였다. 독일차나 일본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외관과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춘 모델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자국 브랜드의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다. 지리자동차, 비야디(比亚迪), 장안(长安) 등은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 성능을 개선하며 ‘값싸고 품질 좋은’ 이미지를 한국차 대신 차지했다.
한 예로, 15만 위안대의 국산 SUV ‘지리 스타레이(星越)L’은 2.0T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주행감과 승차감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의 현대차 ‘쏘나타’는 여전히 변속 충격 논란이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유지해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같은 돈이면 기술적으로 더 완성된 차를 사겠다”고 옮겨간 이유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한국 브랜드는 출발이 늦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이미 비야디, 니오(蔚来), 샤오펑(小鹏) 같은 토종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한 번 충전으로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고, 인공지능 음성인식과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등 첨단 기능을 갖춘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반면 기아의 ‘EV6’는 중국 출시가 늦은 데다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개조한 ‘유가전(油改电)’ 모델로 평가받으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도 문제로 지적된다. 독일차는 ‘정밀함’, 일본차는 ‘경제성’, 미국차는 ‘파워’라는 뚜렷한 이미지가 있지만, 한국차는 뚜렷한 인상이나 차별화된 메시지를 만들지 못했다.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차에 밀리고, 프리미엄 전략에서는 독일·일본 브랜드에 가로막히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었다. 잦은 할인 행사와 재고 소진 중심의 판매 전략은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소비자들의 ‘감정 요인’도 작용했다. 사드 사태 이후 한국 제품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이후에도 “한국차가 중국 시장을 차별한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유럽판에는 적용된 안전·편의 장치가 중국판에는 빠져 있거나, 일부 차량에서 비정품 부품이 사용됐다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반면 독일과 일본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 전용 모델을 개발하거나, 현지 도로 환경에 맞춘 사양을 내놓으며 소비자 신뢰를 높여왔다.
결국 한국차의 부진은 단순히 특정 사건 때문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술 발전이 빠른 중국 브랜드가 부상하면서, 한국차의 예전 경쟁력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기아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는 여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출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만 부진한 이유는, 현지 시장의 변화 속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전략 실패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의 한 자동차 전문가는 “예전에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차를 배우려 했다면, 이제는 한국차가 중국 시장을 배워야 할 때”라며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는 이미 글로벌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기술, 브랜드, 감성—all 세 가지를 요구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격전장이 됐다. 그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 브랜드는, 어느 나라든 조용히 도로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BEST 뉴스
-
중국에 덤볐다가 발목 잡힌 네덜란드… “우린 몰랐다” 장관의 변명
[동포투데이]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계 반도체 기업을 ‘강제 접수’한 뒤 중국이 즉각 칩 수출을 중단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까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결정한 네덜란드 경제안보 담당 장관이 결국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하원... -
도쿄 직하형 지진 발생 시 1만8000명 사망… 日 정부 최신 예측
[동포투데이] 일본 정부가 도쿄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직하형 지진의 최신 피해 예상치를 조만간 공개한다. 교도통신은 5일, 전문가회의가 정리한 피해 추정 개요를 인용해 규모 7.3 지진 발생 시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1만8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 피해는... -
일본 “중국과 레벨 다르다”…군사 전환 속 현실은 격차
[동포투데이]일본이 군사 전환을 가속하며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중·일 간 구조적 격차가 명확하다. 중국은 세계 3위 군사 강국으로 완비된 산업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일본 자위대 규모는 중국의 12분의 1에 불과하고 핵심 공급망도 중국에 의존한다. 격차가 큰 상황에서 일본이 ‘반격 능력’을 강조하... -
홍콩 대형 화재, 36명 사망·279명 실종... 시진핑 “전력 구조” 지시
[동포투데이] 홍콩 신계 타이포(大埔) 웡 푹 코트(宏福苑) 단지에서 26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36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화세는 27일 새벽이 돼서야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찾은 존 리(李家超) 홍콩특구 행정장관은 “화재... -
홍콩 공공주택 대형 화재…13명 사망·소방관 추락 순직 충격
[동포투데이]홍콩 신계 타이포(大埔) 지역의 공공주택단지 ‘홍복원(宏福苑)’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6일 현재까지 13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 활동 중 소방관 1명이 추락해 순직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면서 홍콩 전역이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화재는 오... -
문재인, 평산책방 유튜브 출연…“중국인들 ‘운명’ 읽고 많이 찾아와”
▲사진/평산책방TV 영상 캡처 [동포투데이]문재인 전 대통령이 24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출연해 자신의 저서 ‘운명’을 소개하며 중국 독자들의 방문 사례를 언급하자 온라인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영상 ‘책방지기가 말하...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일본 내 중국인 100만 명 시대… “유학생에서 핵심 노동력으로”
-
미국·이스라엘 변수 부상한 대만해협… 긴장 다시 고조
-
中 “외부 세력의 대만 개입 용납 못 해”… 이와사키 시게루 제재
-
홍콩 법원, 라이즈잉에 징역 6년 9개월 선고…사기·불법집회·국가안보법 유죄
-
中학자·당국, 라이칭더 안보 발언 잇따라 비판
-
한·중, 전통의약 글로벌 경쟁력 강화 협력 추진… AI·빅데이터 기반 산업 발전 논의
-
“대만해협 긴장, 외부 세력 탓” 베트남, 일본 기자에 직격탄
-
태국-캄보디아 무력충돌 5일째… F-16까지 동원, 민간인 피해 눈덩이
-
7년 반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무명(無名)’ 남자… “그의 이름을 찾습니다”
-
중·러, 폭격기·항모로 오키나와 ‘완전 포위’… 일본 지도부, ‘공포의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