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대만인의 조상은 취안저우(泉州)에서 건너갔다니까요.”
체육관을 운영한다고 해서 관장(館長)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대만의 인기 인플루언서 천즈한(陳之漢)의 카메라 앞에서 푸젠성 취안저우의 한 노인이 던진 이 한마디가, 수많은 대만 청년들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낯설지만 익숙한 말씨, 웃으며 꽃장식을 내어주는 노인의 손길, 그리고 화면 너머로 이어지는 공감. 해협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채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하나의 장면에서 조용히 만났다.
최근 ‘관장’이 중국 대륙을 방문해 샤먼과 취안저우 등지를 둘러본 영상이 대만과 중국 인터넷 공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을 누비며 물가를 비교하고, 고속철도역에서 무장애 시설을 체험하며, 대만 기업인들의 삶을 전한 그의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누적 5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휴대폰 하나로 찍은 일상의 기록은 때론 어떤 정치적 구호보다도 더 큰 울림을 전했다.
대만의 유력지 중국시보는 "관장이 필터 없이 보여준 대륙의 모습은 대만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고 평하며, "민간의 교류는 정치에 끌려가서도, 오해와 편견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장이 취안저우 어촌마을 춘푸촌에서 주민들과 민남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에 전통 꽃장식을 쓰는 장면은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영상 속 노인의 말처럼, 대만인의 다수는 장저우와 취안저우 등 푸젠 지역에서 건너간 이들의 후손이다. 예비역 중장인 슈화민은 한 방송에서 “이런 문화적 뿌리는 정치적 구호 하나로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푸젠성에는 대만과 연결된 문화유적이 1,500여 곳 넘게 남아 있고, 매년 10만 명 넘는 대만인이 조상의 고향을 찾아 대륙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은 때론 조용하지만, 분명한 진심을 담고 있다.
관장이 제작한 ‘야시장 물가 비교’, ‘무장애 시설 체험’ 영상은 특히 대만의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18~35세 응답자의 72%가 “이런 콘텐츠가 대륙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동시에 대륙의 숏폼 플랫폼에서도 ‘관장을 따라 대륙 구경’이라는 해시태그로 4만2천 건이 넘는 영상이 제작되며 양안의 디지털 교류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여전히 이런 흐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대륙위원회는 "민간 교류가 통일 전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지만, 여론은 그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대만 경쟁력 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1.6%가 민간 교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타이중의 야시장 상인 임 씨는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서 매출이 40% 줄었다”며 “정치가 민생의 목소리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도 "우리는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더 많은 대만 국민들이 직접 대륙을 보고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장이 촬영한 영상 중 취안저우의 천후궁과 대만의 녹강 천후궁(鹿港天后宮)이 거의 같은 건축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소개되자, 한 댓글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결코 나뉠 수 없는 이유"라고 적었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온 시간이 길지만, 민간의 발걸음은 그렇게 조용히 서로를 향하고 있다. 카메라 하나, 대화 한 줄, 노인의 미소 하나가 양안 관계를 새롭게 잇고 있다.
BEST 뉴스
-
태국-캄보디아 국경서 총격전…대사 추방·외교 격하로 번진 군사 충돌
[동포투데이]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지역에서 총격전을 벌이며,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외교 채널은 사실상 단절됐고, 국경에서는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긴장은 하루 만에 외교적 갈등에서 실제 교전으로 확산됐다. 태국 육군은 24일 오전, 캄보디아 북서부 오다르... -
中 정권 핵심부, 여전히 ‘시 주석 중심’으로 작동 중
[동포투데이] 글로벌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약화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찰 가능한 선전기구의 움직임과 공산당 내부 질서의 흐름을 보면 여전히 시 주석이 정권의 중심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 정치 전문 리스크 컨설팅 기업 시... -
시진핑 퇴진설 다시 고개…그러나 “권력 흔들림 징후 없어”
[동포투데이]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좌가 흔들리고 있다는 퇴진설이 최근 해외 언론과 반체제 매체를 중심으로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군부 고위 인사의 실각, 국제회의 불참, 국영매체 보도 변화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가 실제 위기에 처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
[현장르포] "평양에서 마주한 낯선 일상"… 관광객이 기록한 북한의 풍경
“무엇을 봤느냐보다, 무엇을 느꼈느냐가 더 오래 남았다.” 지난달 북한 평양을 다녀온 중국인 관광객 A씨는, 쉽게 여행기를 정리하지 못했다. “어땠어?”라는 질문 앞에 멈칫했던 그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몇 장면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정치 분석도, 체제 비판... -
하이난, '제2의 홍콩' 신화를 넘어 디지털 허브를 꿈꾸다
[동포투데이] 중국이 남쪽의 섬 하이난을 '세계 최대 자유항'으로 성장시키는 국가적 실험을 가속화하고 있다. "100년에 걸쳐 이룬 홍콩의 성공을 15년 만에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로, 면세 쇼핑부터 디지털 인프라, 의료특구에 이르기까지 3만5천㎢의 섬 전체가 거대한 경제 실험장으로 변모 중이다. ... -
[세계 500대 기업 발표] 중국 130개 기업 포함… 3곳, ‘톱10’ 진입
[동포투데이]2025년 7월 29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2025년 세계 500대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 순위에는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을 포함해 총 130개의 중국계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3곳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미국(136개)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130개 기...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청도~훈춘 직통 고속철 개통…‘반나절 생활권’으로 동북·산동 잇는다
-
홍콩 지미 라이 재판, '국보법' 심판대에 오른 언론 자유
-
[르포] “김치 향 가득한 아리랑 광장”…연길서 펼쳐진 2025 연변 조선족 김치문화축제
-
중국, 일본에 전쟁 배상 요구 '포기'한 까닭은?
-
공자학원, 소프트파워인가 ‘과도한 의심’의 대상인가
-
중국 반부패 칼날, 소수민족 간부 겨냥…‘특례 정치’ 종언 신호탄
-
"제재의 역효과, 중국 반도체 자립 가속화"
-
중국 속 ‘작은 한국’,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
마닐라, 화려함 뒤 숨은 외국인 여행객 울리는 ‘바가지 현실’
-
자율주행 배송차가 여는 스마트 물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