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트럼프와 머스크, 미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던 두 거물의 ‘정치적 결별’이 현실로 드러났다. ‘Trump+Elon Musk’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밀착했던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간 건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면서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각) 저녁, 에어포스원을 타고 뉴저지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말해 나는 지금 중국, 러시아, 이란 문제로 정신이 없다. 머스크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USA'라고 적힌 흰색 야구모자가 얹혀 있었다. 머스크에 대한 언급은 짧고 건조했지만, 백악관 내부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AFP통신은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머스크와의 직접 소통을 포기했으며, 두 사람의 ‘브로맨스’를 상징하던 붉은색 테슬라 차량까지 처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 사이의 관계 변화는 실리콘밸리로도 파장이 번지고 있다. 미국 IT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이 실리콘밸리 고위 인사들과 테크 투자자들에게 ‘편 가르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실리콘밸리 인사들—‘크립토 차르’로 불렸던 데이비드 삭스, 억만장자 마크 안드레슨 등은 머스크와도 깊은 관계를 맺어온 인물들이다. 그들은 지금 머스크를 지지하면서도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는 미묘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파트너 숀 맥과이어는 지난해 트럼프에게 30만달러를 기부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5일 X(구 트위터)에서 “머스크는 언제나 신념을 이익보다 앞세운다. 그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이날 열린 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and Beautiful Act)’을 비판한 데 대해 알티미터 캐피털의 창립자 브래드 거스트너는 “머스크의 열성 팬”이라면서도 “우리 국가에는 균형 재정을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를 당겨 쓰는 식으로 살 순 없다. 정부는 최소한 4~5년짜리 계획은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같은 날 X에 “미국의 중도층 80%를 대변할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제안은 Box CEO 아론 레비, Y콤비네이터 대표 게리 탄 등으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았다. 탄은 “식탁 위의 풍요가 우선돼야지, 도덕적 위선과 문화 전쟁이 중심이 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의 거리는 더 벌어지고 있다. 구글 임원을 지냈고 현재는 기술업계 로비 단체 ‘프로그레시브 상공회의소’ 대표로 활동 중인 아담 코바체비치는 와이어드에 “트럼프와 머스크 간 갈등은 아직 바이든 정부에 대한 테크 업계의 핵심 관심사와는 무관하다”며 “입장을 명확히 정한 인물은 아직 소수”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SEC의 암호화폐 관련 소송을 철회하고, 바이든의 AI 행정명령을 비판한 건 일부에게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기술업계 최대 고민은 관세”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출신 기술 투자자는 “이번 갈등이 일부 인물들에겐 편을 들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 트럼프 진영은 너무도 다양한 세력으로 이뤄져 있어 선택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원래 민주당 지지 기반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화당과 손을 잡았다. 다시 진보 진영을 대변하게 될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했다.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정부 효율성 부서(DOGE)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시선이 감지된다. 기술업계 내부에선 한때 DOGE가 워싱턴의 관료주의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워싱턴과 실리콘밸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결과는 ‘가장 덜 나쁜 선택’일 뿐”이라며 냉정하게 말했다.
한편, 트럼프와 머스크의 결별이 미국 외의 나라, 특히 중국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남아공 출신 기업가 데이비드 프리드버그는 6일 X에 별다른 설명 없이 “중국이 이겼다(China just won)”는 글을 올렸고,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머스크가 개발한 AI 챗봇 그록(Grok)은 이를 최근 열린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와 연관 지었지만, 많은 네티즌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내분으로 인해 미국의 기술·정치 역량이 분산되고, 그 틈을 중국이 노릴 수 있다는 암시로 받아들였다.
'와이어드'도 프리드버그가 공동 진행하는 유명 비즈니스 팟캐스트 올인(All-In)에서 “정치는 친구가 아니다, 오직 이해관계만 있다”는 발언이 나왔던 점을 주목하며, 그의 발언 역시 트럼프와 머스크의 결별 함의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 동포투데이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대림동, 극우 반중 시위…시민단체 맞불 집회로 충돌 일촉즉발
[동포투데이] 서울 최대 중국인 밀집 지역인 대림동에서 7월 11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등 극우 성향 인사 약 40명이 반중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Only 尹’(윤석열 복직 요구)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중국은 물러가라”는 등 혐오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중국계 주민들... -
“중국공산당 당원 수 1억 27만 1천 명…젊고 학력 높은 당원, 조직도 촘촘히 확장”
[동포투데이] 중국 공산당 당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억 27만 1천 명에 이르며, 전년보다 약 109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은 1.1%다. 공산당 중앙조직부는 7월 1일, 창당 104주년을 앞두고 공개한 보고서에서 “당 조직의 규모가 꾸준히 확장되고 있으며,... -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제11회 발표회 성료
[동포투데이]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공동대표 박인기·김봉섭)과 한국외국어대학교 KFL대학원(원장 김재욱)이 공동 주최한 ‘제11회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발표회’가 7월 14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대학원 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디아스포라와 세계시민을 잇는 정체성 교육’을 주제로 열... -
“윤석열 전 대통령, 재구속”…로이터 “내란죄 수사 탄력받아”
[동포투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7월 10일 재수감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다시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 -
“가슴 깊이 울린 그 소리” — 장쿤·궁한린, 연변서 조선족 전통문화 체험
[동포투데이] 중국곡예가협회 전 회장이자 대중에 친숙한 국민 예술가 장쿤(姜昆)과 배우 궁한린(巩汉林) 등 원로 예술인들이 최근 연변을 찾아 조선족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지역 문화산업의 현황을 살폈다. 이들은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문화를 몸소 익히고자 하는 참여자로서 현장에 녹아들었다. ... -
머스크, 트럼프 ‘감세 법안’에 작심 비판…“통과되면 미국당 창당”
[동포투데이]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형 감세·지출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수십 건의 게시글을 올리며, 해당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수...
NEWS TOP 5
실시간뉴스
-
플로리다 '악어 교도소', 미국의 불편한 진실
-
'허공의 고속철' 꿈 좌초…캘리포니아 프로젝트로 본 美 인프라의 민낯
-
트럼프, 대중 강경 노선 완화…시진핑 회담·무역 합의 노려
-
“美, 개방형 AI 경쟁 사실상 이탈…中 모델 시장 주도”
-
젠슨 황 “중국, 미국 칩 필요 없어… 자체 기술 충분”
-
트럼프, 韩·日에 25% 관세 폭탄…동맹국에도 ‘무차별 통상 압박’
-
“대중 의존 끊겠다”는 트럼프 행정명령, 美 업계는 “비현실적” 반발
-
"대만 방어, 미국의 '위험한 착각'"…미 전문가들 잇따른 경고
-
트럼프 “중국 갈 수도”…시진핑 방미 가능성도 언급…틱톡 매각 협상도 막바지
-
美 상원, 감세법안 통과...부채 급증·빈부격차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