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1971년 봄,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 훈춘현 경신공사 소판링 마을. 한 장의 흑백 사진이 열일곱 명의 젊은이들이 땀과 열정으로 일군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사진은 1969년 상하이에서 머나먼 변방 마을로 향한 지식청년(지청)들의 도전과 희생, 성취를 증언하는 기록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69년 3월, 상하이를 떠난 열일곱 명의 젊은이 중 가장 어린 유유주(당시 16세)는 언니 유유전과 함께 3일 밤낮을 달려 훈춘 소판링에 도착했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허름한 초가집에 정착하며 본격적인 농촌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마을은 전기와 수도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지청들은 “농촌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밤샘 작업을 이어갔다.
이들은 한겨울에도 맨손으로 둑을 쌓고 수로를 파는 등 황무지를 개간해 논으로 바꿨다. 1970년 가을, 첫 수확을 거둔 쌀은 마을 30여 가구에 나눠졌다. “평생 처음으로 자체 생산한 쌀을 먹게 됐다”는 주민들의 감사 인사에 지청들은 눈시울을 적셨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들의 성공 경험은 주변 마을로 확산되며 지역 농업 발전에 기여했다.
1971년 봄, 현지 신문사가 촬영한 이들의 작업 모습은 국내 매체를 넘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까지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사진 속에서 지청들은 삽을 들고 웃으며 논둑을 다지는 모습으로 당시 청년들의 희생적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이 사진은 중국 현대사 연구 자료로도 활용되며, “세대를 초월한 투지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역사학자는 “이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세대가 국가 건설에 헌신한 생생한 증거”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소판링 마을에는 당시 지청들이 심은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자라났으며, 주민들은 “그들이 남긴 유산이 여전히 이곳을 지탱한다”고 말한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사진 속 청춘의 열정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남아 있다.
BEST 뉴스
-
갯벌 고립 중국인 노인에 구명조끼 내준 해경, 끝내 순직
△해양경찰관 고 (故)이재석 경사. 인천해경 제공 [동포투데이] 인천 앞바다에서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하려던 해양경찰관이 끝내 순직했다. 위험에 처한 이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고 물살에 휩쓸린 그는 몇 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 -
이재명 대통령 “명동 혐중 시위, 표현의 자유 아닌 깽판”
[동포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중 집회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를 “관광객을 모욕하는 깽판”으로 규정하며,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 -
광복 80주년, 중국서 한국광복군 기념행사 개최
[동포투데이] 광복 80주년과 한국광복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중국 각지에서 한국광복군 관련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부(장관 권오을)는 이번 행사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관으로 마련해, 난징·충칭·청두·시안 등지에서 사적지 탐방, 임시정부청사 교류 세미나, 전시와 ... -
美 보수 인사 찰리 커크 피격 사망…22세 대학생 용의자, 경찰관 아버지에 의해 제압
▲경찰이 발표한 커크 피살 사건 용의자 사진 [동포투데이] 미국 유명 보수 성향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강연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의 용의자가 22세 대학생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 그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이 아들을 직접 제압해 당국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 -
김경협 동포청장 “연결 넘어 연대로…동포사회 지원 강화
△제3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취임식(사진=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재외동포청 김경협 청장이 10일 취임식에서 “재외동포 사회와의 연결을 넘어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 청장은 인천 연수구 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동포사회의 경험과 ... -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51명 명단 공개…정부 “무관용 원칙” 천명
[동포투데이]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노동부는 10일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를 열고 체불 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와 신용제재 대상을 심의·의결했으며, 11일부터 공식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
NEWS TOP 5
실시간뉴스
-
풍요의 노래 울리다 — 용정시 ‘조선족 백종절’ 성대 개막
-
“6분 만에 충전, 2000km 달린다”…중국, 고체전지로 ‘배터리 굴기’ 완성
-
리창, 평양행…중·러 나란히 북한 열병식 참석 ‘반서방 연대’ 과시
-
가을의 들판에서 만난 전통의 숨결 — 연변의 추석, 문화로 익다
-
“중국,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
-
북한, ‘국방발전–2025’ 전격 공개… 극초음속 무기 앞세워 군사 자신감 과시
-
연변선봉국가삼림공원, 천년 고목과 청정한 공기의 숲속 여행
-
“한눈에 세 나라가 보인다”…훈춘 방천, ‘국경의 마을’에 몰려든 연휴 관광객
-
연길조선족민속원, 삶이 머무는 문화의 뜰
-
연길의 밤, 왕훙챵(网红墙)에 흐르는 빛과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