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천
박태일
마을 이층 숲
참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하양 여우가 존다
배달말 깨우친 누나와 배우는 애토끼
귀엣말 조심조심 걸음 옮긴다
마을 이층 숲 누가 들렀나 누가
한국서도 멀리 부산서 온
너구리 아저씨
여름 물골에 부들처럼 무성한
천자문 배우기 배달말 배우기 책고랑 따라
걷는다 살몃살몃
아침부터 한낮까지 동무들
와도 그만 그만 안 와도
여우는 졸음을 살대발처럼 내렸고
마을 이층 숲 계단 아래로
삼월 고슴도치 찬바람이 구른다
마주 선 소학교와 중학교 사이
전깃줄을 뛰는 참새 떼
양조장 굴뚝은 볼 부어 붉고 높아
집집 지붕 더 눌러 앉힌다
기차역 폐품장 흐린 담길은
부스럭스럭 수수 밭머리로 고개 돌리고
근들이술 두 집만 일찍
등을 밝힌 채 저녁 고양이 기다린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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