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 14일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개시 여부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 규모의 경제지원 제공 여부를 표결하는 등 주요 의제가 다뤄졌다.
이번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의 실망감을 또 한 번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은 정상회의 첫날 EU가 우크라이나와의 가입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는 "우크라이나의 승리이며 유럽 전체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유럽 원조 계획을 저지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5일 EU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EU 가입 문제에서 상징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러-우 분쟁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럽 연합과 미국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의 불확실성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논평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0년 넘게 EU 가입을 목표로 삼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에 있어 여전히 몇 가지 근본적인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는 모든 EU 회원국을 우회하고 EU 가입에 필요한 절차를 단순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EU에 가입하여 정식 회원국의 혜택을 누리기까지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셸은 1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유럽 이사회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EU 가입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EU가 그루지야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하고 '필요한 가입 기준을 충족한 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가입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 언론들은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날 투표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오르반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가입'에 완강히 반대해 왔으나 EU 위원회가 13일 헝가리에 대한 동결자금 일부를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르반은 14일 밤 투표가 시작되자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반대했던 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가 반대표를 던지지 않아 26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오르반은 이후 소셜 미디어에 26개국이 '무의미, 비이성,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헝가리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오르반 총리에게 투표가 통과될 수 있도록 회의장을 떠나라고 제안한 것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아이디어였다고 전했다.
투표 후 미셸 의장은 이번 투표 결과가 우크라이나 국민과 유럽 전체에 "분명한 희망의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에서 "그 결과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가입 협상을 시작한 EU의 "역사적인 움직임"을 환영하며 "유럽-대서양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크라이나는 찬물을 뒤집어썼다. 오르반은 15일 새벽(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오르반은 자신의 반대 이유에 대해 돈으로 전쟁을 이어가려는 것은 헝가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오르반을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들이 예산 인상과 원조 계획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헝가리의 반대로 인해 각국 정상들은 내년 1월에도 계속해서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 공영 방송 다스 에어스터는 15일 "EU 정상회의의 역사적인 결정과 부결"이라며 "오르반은 EU 정상회의의 핵심 인물이 됐다"고 논평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EU의 결정은 러시아 각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5일 러시아 일간신문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EU 가입'에 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모두 EU 가입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관련 협상은 몇 년 또는 몇 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능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역사상 가장 좋은시기에 있지 않는 EU가 두 나라와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 분명하며 EU가 이런 식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회원국'이 EU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새로운 지원을 막은 데 대해 페스코프는 "주권국가인 헝가리는 자국의 이익을 가지고 있으며 유럽의 많은 국가와 달리 이러한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도 어제 "헝가리와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을 친러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15일 토포닌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학원 유럽법학과 부교수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 과정은 길고 고통스럽고 복잡하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협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우크라이나가 기존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가 EU로부터 500억 유로의 신규 지원을 받지 못한 데 대해 러시아 정치학자 쥐킨은 시간이 지날수록 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조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현재 유럽연합(EU)은 미국 내에서와 비슷하게 분열되고 있다.미국 내 분열은 유럽 내 분열을 강화했다. 점점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원조에 반대하고 있어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지원 받을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CNN 방송은 EU가 우크라이나와 가입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확실한 발걸음이자 중요한 상징적 순간이라고 15일 보도했다. 그러나 EU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키예프의 '흥분'은 식었다. 우크라이나로선 옥에 티만 난 게 아니다. 솔직히 키이우는 이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AFP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지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됨에 따라 키이우가 서방 동맹국들의 지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외부 세계의 발언을 시급히 바꾸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의 가입 협상이 시작됐다고 해서 우크라이나가 곧 EU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EU 국가들은 협상의 틀에 동의해야 하고, 이는 오르반에게 협상 과정을 다시 한 번 지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동시에 오르반 이 표결에 불참한 것은 향후 논의에서도 반복될 수 있어 EU의 단합을 약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토줄리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이것은 부정적인 선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르반은 EU의 비준에도 불구하고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5일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헝가리 언론인이자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회원인 스지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유럽의 패배로 끝날 것이며 유럽은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을 자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지 않으며 심지어 유럽의 경쟁력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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