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법자를 검거하는 공무집행 중 상대의 폭력을 제지하려다 전치5주의 상처를 입혔다면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일까. 현행법상 이는 사적제제에 해당돼 처벌될 가능성이 많다. 상대의 위해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대응이 정당방위였더라도 처벌될 때가 있어서 법적 판단기준과 처벌수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가혹한 처벌에 따른 공적 구제제도가 전무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법 제 21조 1항에 명시된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동을 말한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고,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방위행위를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취지로 행동했더라도 이견은 생긴다. 과거가 아닌 위협 행위를 끝내기 위한 정당방위 시행 시점의 행동이더라도 이에 대한 판단기준에 따라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 경찰관이 주폭을 제지하다 합의금 5천만 원을 물어주고 소송에 시달린다는 기사가 22일 보도됐다. 지난 17일 경찰 인트라넷(내부 통신망)에 서울 한 지구대 소속 박모(34) 순경이 지난해부터 주폭(酒暴•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소송전(戰)을 벌인다는 사연이 실린 데 따른 것이다.
주점에서 난동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박 순경은 만취 상태의 남성(34)을 지구대로 데려왔는데 이 과정에서 때릴 듯한 자세를 취한 남성을 제지하려다 목 부위를 밀쳐 넘어뜨렸다. 이 남성은 바닥에 부딪혀 머리 등에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형사와 민사소송을 냈고, 박 순경은 취객을 폭행한 혐의(특가법상 독직폭행)로 기소됐다.
박 순경은 형사합의금 5천만 원과 치료비 300만원을 물었으며,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만취 남성이 위협적인 행동을 했지만, 박 순경이 주먹이나 팔을 잡는 방법으로 제압이 가능했다"고 봤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이 판결에 대해 "위협을 받는 찰나의 순간에 나온 대처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댔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찰의 공무 집행 중 범죄자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2015년 기준 공무 집행 방해 사범은 1만4천55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적극 대응하다가는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서 경찰의 ‘무관용 원칙과 대응’ 대책은 매번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다.
정당방위란 부작용 및 악용의 폐단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엄격해야 한다. 반면 공적 영역에서의 사적 제재는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 경우, 그럼에도 의도와 상황에 따라 방어행위가 사적제재로 비친 것에 지나지 않는지는 법적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공무집행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구제할 길은 없는지 다시 한 번 고심해봐야 한다.
사적제재란 국가 또는 공공의 권력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일이다. 즉 내가 상대에게 법익을 침해당하더라도 그 법익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방위가 아닌 사적제재에 해당한다. 박 순경의 사례가 만약 상대의 위해 행위를 벌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사적제재로서 처벌대상이다. 반면 그것이 아닌 단순 방어차원에서의 행위였고 상대의 피해여부를 가늠하지 못했다면 이는 또 다른 판단의 여지를 둬야 한다.
박 순경은 이번 사건의 합의금 마련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했고, 딱한 처지를 안 동료 경찰들이 십시일반 사비를 모아 모금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인트라넷에 관련 글이 실린 뒤 이틀간 경찰 5천730명이 모금에 참여하면서 박 순경의 계좌에는 약1억4천만 원이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공무를 집행하다 억울한 일을 경험한 경찰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많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무집행방해사범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집행 과정에서의 부담을 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공적 구제제도를 이용하도록 관련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찰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임과 사명감을 적극 발휘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특히 음주로 인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서는 관대한 면이 있다.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서 앞으로는 음주로 인한 사건 등은 가중 처벌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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